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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제노포비아에 경종 울린 박용만, 백번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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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에 가까운 중국 기피, 거친 언어로 비판에 몰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인접한 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대처해야 같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라는 요구도 거세다. 이런 때 자제와 합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 회장은 재계의 수장으로서 용기를 냈다.

박 회장의 발언은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중 경협은 말 그대로 입술이 없으면 입이 시린 순망치한의 관계다. 한국 수출품의 4분의 1이 중국행이다. 이미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다. 비자면제 혜택을 전면 중단한 뒤 제주로 오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동거리도 텅 비었다. 오죽하면 소상공인연합회가 4일 "현장 매출이 적게는 절반, 많게는 10분 1 이하까지 떨어지고 있다"며 지원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냈을까.

박 회장은 "우리 경제성장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가 이웃에 있어 한몫을 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좋으면 중국 가서 살라'는 식의 비아냥도 참 유치하고 치졸한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되새길 만한 대목이 아닌가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5개월 만인 지난 2003년 7월 중국을 찾았다. 전염병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불길이 가까스로 잡힌 직후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 등 지도층과 중국 언론은 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킨 노 대통령을 극진히 맞았다.
참여정부 내내 한·중 관계는 밀월을 구가했다. 전염병이 번지면 공포가 더 큰 공포를 부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럴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용만 회장의 진정한 용기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