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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민관 특별대응팀' 가동을 제안한다

자동차 라인 다 멈췄는데
정부 굼뜬 행보 언제까지

중국산 부품 하나가 세계 굴지의 한국기업들 생산라인을 전면 중단시킨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굼뜬 행보를 해서 속이 타고 있다. 여론에 밀려 내놓은 대책이 고작 세금혜택이니 통관절차 간소화 같은 뻔한 레퍼토리이니 대체 지금을 비상사태로 생각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미 국내 자동차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주로 조달했던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재고가 바닥나 4일부터 줄줄이 생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리는 부품이다. 차종에 따라 종류가 많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업체들은 재고를 최대 1주일치만 보유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현지 공장 휴업이 길어지면서 이 와이어링 하네스가 제때 조달되지 않아 자동차업계가 줄줄이 셧다운에 돌입했다. 쌍용차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7일이면 현대차 국내 전 공장이 멈춘다. 주저하던 르노삼성도 다음주 가동중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을 결정한 기아차도 다음주가 큰 고비다. 한국GM까지 가세하면 국내 완성차업계가 통째로 휴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지금 사태가 자동차업계의 일시 생산중단으로만 끝날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 현지에서 연장된 연휴가 9일 끝나는 것을 고려, 대략 12일 이후면 관련부품 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장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후베이성은 연휴를 13일까지 전면 재연장했다.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이 밀집된 산둥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행히 공장 문을 연다 해도 곧바로 조업이 정상화될지 그것도 알 수가 없다. 중국 지방정부는 연휴 후 직원들을 당장 직장에 복귀시키지 말라고 기업들에 지시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우리 기업들은 다른 종류의 부품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잠을 못 자고 있다.

중국발 쇼크는 차업계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생태계 전체까지 위협하는 악재다. 당장 자동차 협력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현지에 대부분 공장을 둔 국내 가전·반도체·배터리 업계도 생산차질이 눈앞에 닥쳤다.
지금의 소비급랭을 재난상태로 받아들이는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말할 수가 없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일 정부에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하나마나한 대책만 꺼내들 것인가. 서둘러 민관 특별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할 묘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