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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ESS 화재 원인, 제3의 해외기관에 맡기면 어떤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를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6일 지난해 8월 이후에 발생한 화재사고의 원인이 대부분 배터리 자체 결함에 있다고 말했다. ESS용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즉각 반발했다. 업계는 조사단의 결론이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세계 1, 2위 배터리 업체들이 만든 제품을 정부가 불량 배터리로 만들고 있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ESS는 문재인정부 들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이를 보관하는 장치가 필수다. 그런데 ESS에서 자꾸 불이 났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6월 민관합동위원회의 분석을 토대로 배터리보다는 ESS 시설에 대한 보호·운영·관리 등 외부요인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차 결론인 셈이다. 위원회는 여러가지 보완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불은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다시 조사단을 꾸려 원인을 분석했다. 2차 결론은 1차 결론과 달랐다. 외부요인이 아니라 배터리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봤다. 업체들이 들고일어난 이유다.

배터리에 결함이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당장 배터리 업체가 피해보상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는 불량 배터리 낙인을 두려워 한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불량 낙인은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중국 CATL, 비야디(BYD) 등 외국 경쟁사들을 돕는 격이다.

업계는 2차 결과를 과학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같은 배터리를 쓰는 해외 ESS 사이트에선 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ESS 화재가 국내에서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정부와 업계는 서로 신뢰를 잃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제3의 해외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티격태격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