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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국당 감세 공약, 빈부격차 고민이 빠졌다

자유한국당이 12일 감세 공약을 내놨다. 법인세를 낮추고, 상속·증여세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낮추고, 준조세를 없앤다는 내용이다. 연말정산할 때 공제 혜택을 늘리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말만 있을 뿐 양극화 해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빠졌다. 감세 포퓰리즘이라 부를 만하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이런 '반쪽' 공약에 얼마나 표를 줄지는 의문이다.

일부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함한 반시장·반기업 정책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면서 "정부 주도 관치경제 기조를 시장 중심의 자율경제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정책 등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간신히 2%에 턱걸이한 지난해 성장률이 증거다. 타다금지법에서 보듯 혁신성장 전략도 갈팡질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꾸준히 40% 선을 유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에서 늘 한국당을 앞선다. 그것은 현 집권세력이 적어도 양극화 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당은 마치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려는 듯하다. 종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줄·푸·세 공약을 내걸었다. '줄'은 세금을 줄인다는 뜻이다. 한국당의 세금정책은 야당이 된 뒤에도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지난달 중순 한국당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오로지 반문재인 정책만 담았다. 감세 공약 역시 반문재인 정책으로 채웠다. 유권자, 특히 부동층의 시선을 끌 만한 한국당표 색깔이 없다. 앞으로 나올 다른 공약들도 대동소이할 것 같다.

한국당은 영화 '기생충'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빈부격차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민하는 공통주제다. 미국 아카데미를 비롯한 세계 영화제는 '기생충'이 제기한 문제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보수당은 때론 노동당을 능가하는 개혁정당의 면모를 보였다. 보수당이 200년 긴 생명력을 이어온 배경이다. 보수정당은 지키는 것 못지않게 뜯어고치는 보수(補修)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