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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위기때 돋보인 상생, 규제혁파로 화답 기대

文대통령, 그룹 총수와 회동
코로나를 반전 기회로 삼길

코로나19 여파로 한국경제 전체가 고난의 길을 걷고 있지만, 곳곳에서 펼쳐진 상생의 행보가 훈훈한 기운을 전해주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그동안 전투적 노선을 표방하며 사측과 마찰이 많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회사의 공장 가동재개 시점에 맞춰 노조원을 독려하며 생산성 만회에 나서자는 제안을 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소식지를 통해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막혀 공장 문이 닫힌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노사가 합심해야 지금의 난관을 이길 수 있다는 데 노조도 뜻을 같이한 것이다.

앞서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협력사들에 상생의 손길을 내밀며 온정을 보였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로 중소협력사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1조원 규모 자금지원에 나서 협력사에 숨통을 열어줬다. 이어 삼성도 협력사 안정을 위해 2조6000억원 규모로 자금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계열사들이 적극 동참했다. 사드보복 공격으로 중국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은 롯데그룹은 오히려 중국 적십자사 등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우한 교민들에게 생필품을 적극 후원해 '통 큰' 기업의 면모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6대 그룹 총수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도 최근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계 인사들과 7개월 만에 함께 자리한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국민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개별기업의 세부행적을 일일이 언급하며 대기업이 앞장서주니 든든하다고도 했다. 불확실한 여건에 어려움이 겹겹이 쌓인 기업들을 향해 진심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 식어가는 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기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그룹 총수들에게 "정부와 경제계가 합심해 경제회복 흐름을 되살려야 할 때"라며 "정부는 과감한 세제감면, 규제특례 등으로 기업 투자와 혁신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이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정책감사 폐지, 유연근로를 위한 입법보안 등을 요청했다. 이뿐 아니다. 기업을 옥죄고 있는 획일적인 주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각종 규제 틀이 해소돼야 다시 기업들이 적극 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