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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임미리 소동, 민주당 옹졸하고 교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에 비판적인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칼럼을 싣은 경향신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진 뒤 여론의 역풍을 맞자 14일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 주재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고발을 거둬들였지만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쳤다.

문제가 된 임 교수의 칼럼은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조국)에게 있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이다.

고발 사실이 알려지자 '나도 고발하라'는 해시태그가 SNS에 봇물을 이루는 등 후폭풍이 일었다. 여권 내부는 물론 지지 및 중도세력의 비판과 반발이 거셌다. 마지못해 고발을 철회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오만과 독선은 선을 넘은 듯하다. 고소와 고발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정치의 사법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진보성향의 연구자와 언론에게서 이 정도의 비판도 듣지 못하겠다는 말인가.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아우르는 권리이다.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약자의 무기이다. 표현의 자유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로 접근할 사안도 아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위한 백신주사의 항체"라고 정의 내린 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 실망한 지지세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통렬한 자성과 사과는커녕 비판자의 전력을 문제 삼는 민주당의 옹졸한 대처가 걱정된다.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기보다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