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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금융위 사모펀드 대책, 절제의 미덕 돋보여

헤지펀드 간신히 걸음마
규제시대로 복귀는 안돼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사모펀드 개선책을 내놨다. 원칙은 두 가지다.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은 살리되 그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규율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위를 격려하고 싶다. 최근 사모펀드는 거푸 말썽을 빚었다. 파생결합펀드(DLF)는 불완전판매 논란을 불렀고, 라임자산운용은 위법·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둘 다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 이런 분위기에서 금융위가 사모펀드 역성을 들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보면 핀셋 규제에 초점을 맞춘 금융위의 이번 대책은 미흡해 보인다. 금융위는 라임 사태를 사모펀드의 보편적 문제가 아니라 해당사의 개별 문제로 봤다. 금융위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청동기를 발명했는데 청동기를 활용하지 않으면 계속 석기시대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동기·석기 비유가 적합한가를 떠나 사모펀드가 장차 한국 금융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비장의 무기, 버릴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에 헤지펀드가 등장한 지 채 10년이 안 됐다. 이명박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1년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하게 추진했다. 이어 2015년 사모펀드 규제가 확 풀렸다. 이때부터 사모펀드는 경영참여형 PEF와 전문투자형 헤지펀드로 구분됐다. 미국계 론스타, 엘리엇과 토종 MBK파트너스, KCGI(일명 강성부펀드) 등이 대표적인 PEF다. 라임자산운용은 헤지펀드다. 긴 눈으로 보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이제 막 걸음을 뗀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라임 사태는 불가피한 성장통이다.

사모펀드는 벤처 생태계에서 소중한 자금줄 역할을 한다. 사실 금융위가 헤지펀드 육성정책을 고수하는 가장 큰 이유도 모험자본 공급에 있다. 예컨대 사모펀드 알펜루트는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을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중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마켓컬리 등도 있다. 미국처럼 우리도 민간 자본이 벤처를 키우는 구조로 가야 한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중심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다. 문재인정부는 대안으로 스타트업, 특히 유니콘 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헤지펀드 육성을 포기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다.
금융위는 "사모펀드 규제를 예전처럼 강화시키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일부 사모펀드의 탈선이 시장을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사후책임을 강하게 묻는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