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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서만 18명 늘었는데…방역당국 "심각단계 아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당국 "전국적 대유행 생기면 고려"
의료계도 "아직 대규모 감염 아냐"
지역사회 감염 철저한 대비 강조
경증 질환자 맞춤형 대응도 필요

대구·경북서만 18명 늘었는데…방역당국 "심각단계 아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
19일 오전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하선한 우리 국민 6명과 일본인 배우자 1명을 태운 대통령전용기(공군3호기)가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임시화물기를 투입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 지방자치단체, 기업 및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구호물품을 전달한다. 정부는 또 500만달러의 대중국 지원계획에 따라 중국 정부와 협의해 충칭시, 상하이시, 안후이성, 저장성, 장쑤성 등 중국 각 지역에 안면보호구, 의료용 장갑, 분무형 소독기 등 구호물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대구·경북지역이 31번 환자로 인해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위기단계 '심각' 아니야

하지만 방역당국은 당장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위기대응의 '심각' 기준은 '전국적인 광범위한 유행, 지역사회 유행이 있을 때'라고 돼있다"며 "이는 수치화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위험평가, 위기평가 과정을 거쳐 전국적인 대유행의 상황일 때 고려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위기단계 조정은 대구·경북지역의 조사 결과와 종로구의 29번, 30번 환자에 대한 발생, 접촉자 발생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협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며 "심각단계로 올릴 때는 방역대책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부처적인 협의를 통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도 아직 심각한 단계로 발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은 "18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 대규모 감염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특히 이번 대구·경북 감염은 31번 환자라는 접촉원인이 밝혀진 상황이므로 아직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염자 차단 막기 위한 노력 필요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사회 감염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전국적인 감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국소적인 감염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며 "서울과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반나절 생활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감염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다"며 "폐렴 환자의 경우 선제 격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의원급이나 중소병원의 외래로 올 수 있는 감기 환자들도 선별진료소를 이용하게 하는 등 선제적인 전략이 필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경증과 중증 전략 다르게 세워야

하지만 경증과 중증 질환자에 대한 대응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에서도 대부분 경증 질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내놓은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확진자 4만4672명 중 80.9%는 증상이 가볍거나 중간 수준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가운데 폐렴 증상을 보인 비율은 14%, 중태에 빠진 환자는 5%였다.

코로나19는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경증이면서 전파력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증은 치료제가 없지만 감기처럼 대증치료를 하면 대부분 회복된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경증과 중증을 분리해서 대응법을 달리해야 한다"며 "경증의 경우 감기 정도로 지나가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걸리면 중증으로 발전해 폐렴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감기 증상이 있는 경증 환자는 남들에게 옮길 수 있으니 학교, 직장 등을 가지 말고 약을 복용하고 집에서 쉴 것을 권고했다.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하고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중증 환자의 관리를 위해 이들을 별도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 교수는 "중국 우한에서도 감염자들이 병원에 있는 기저질환자에게 옮기면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이 유행할 때는 학교나 직장에서 병가를 인정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