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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제 발 저린 스웨덴 배터리社…홈피서 'LG화학 직원 영입' 문구 삭제

[단독]제 발 저린 스웨덴 배터리社…홈피서 'LG화학 직원 영입' 문구 삭제
지난해 9월 노스볼트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직원들의 대표적인 전 직장 7곳을 언급한 모습(위). 맨 아래줄에 'LG화학'과 '파나소닉'이 있다. 현재 해당 페이지(아래)에는 테슬라·다임러·구글 등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LG화학'과 '파나소닉'은 삭제됐다.(노스볼트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단독]제 발 저린 스웨덴 배터리社…홈피서 'LG화학 직원 영입' 문구 삭제
지난해 9월 노스볼트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동양인 남성 직원들이 업무를 논의하는 모습(위). 오른쪽에는 "30명이 넘는 한국인·일본인 엔지니어들이 노스볼트에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자사의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한국인·일본인 직원들이 '결정적인 역할(a crucial role)'을 했다고 언급한 그래픽(아래). 현재 이 두 페이지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돼 찾을 수 없다.(노스볼트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회사가 성장한 배경에는 한국에서 이직해 온 전기차 배터리 연구 인력의 힘이 있었다고 밝혔던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가 이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불거진 인력·기술 유출 논란과 관련 소송 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홈페이지 회사 연혁에서 '30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연구원이 자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페이지를 최근 삭제했다.

해당 한국인은 배터리 연구 경력이 있는 전직 LG화학 직원으로 해석된다. 기존 홈페이지에서 노스볼트는 자사 직원들의 대표적인 전 직장 7곳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 이 중 한·일 기업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파나소닉이었다. 이에 지난해 국내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인력·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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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노스볼트 홈페이지에선 '한·일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는 내용과 동양인 남성 직원들이 모여 업무를 논의하고 있는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직원들의 대표적인 전 직장을 설명하는 페이지에서도 LG화학과 파나소닉은 삭제됐다.

특히 배터리 연구팀이 처음 구성됐던 지난 2017년의 상황에 대해 '한국인·일본인 직원 등이 자사의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a crucial role)을 했다'고 설명한 페이지도 삭제됐다.

이번 조치는 한국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인력·기술을 유출했다는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직원들의 전 직장을 설명하는 페이지에서 LG화학과 파나소닉은 삭제된 반면, 테슬라·다임러·구글 등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동종 업계인 LG화학에서의 이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벌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가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해 최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설립 4년여 만에 급속히 성장한 노스볼트의 경우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각에선 이렇게 법적 조치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국내 우수한 배터리 인력·기술이 중국 등 해외 기업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인력·기술을 조직적으로 유출한 정황과 증거가 있다면 누구든 소송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면 해외에선 한국의 기술자는 함부로 못 건드린다고 인식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