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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패소' 재심 청구 놓고 고심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패소' 재심 청구 놓고 고심하는 SK이노베이션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에서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이 정해진 재심 청구 기한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며 고심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재심을 신중하게 준비하는 동시에 LG화학과 합의를 위한 접촉도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재심 청구 기간을 늘려달라는 SK이노베이션 측의 요청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까지였던 재심 청구 시한은 다음달 3일까지로 연장됐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이번 사안이 중대하고 내용이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ITC는 충분한 대응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실제로 재심을 청구할지, 청구할 경우 어떤 내용을 소명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에 대해 "결정문을 검토한 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예비 결정(조기패소 등)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사례가 1996년부터 현재까지 25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이 재심을 청구하고 기다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일단은 재심을 청구하고, 이와 별개로 LG화학과 합의를 위한 접촉을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판결에 대한 이의 제기는 소송 당사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이기에 시간을 벌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판결 뒤집기에 매달릴 순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합의 방식으로는 '로열티 지급'이 거론된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인 ATL을 특허 침해로 ITC에 제소해 매출액의 3%를 로열티로 받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배상금과 특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 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합의하지 않으면 패소해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없게 되고 LG화학도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인 만큼, 양측이 조만간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재심 청구 여부에 대해 "현재는 정해진 게 없다"며 "아직 합의를 시작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