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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부도 국민도 코로나19 경각심 더 높여야

집회자제 등 시민의식 절실
정부 뒤늦게 위기단계 상향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팬데믹(대유행) 단계 진입에 대한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23일 오전 9시 현재 602명의 확진자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이달 18일까지 31명이던 환자가 20일 104명, 21일 204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나흘 새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시작된 이래 충격적인 확산 추세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북지역 주민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고, 부산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 대부분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환자'들이다. 한솥밥을 먹는 병영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국방부는 60만 장병을 보호하기 위해 휴가·외출·외박·면회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만이 한국을 여행경보지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미국도 여행경보를 2단계로 격상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인의 입국을 예고 없이 불허하고,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 항공기를 되돌려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뒤늦게 위기경보 단계 격상을 지시했다. 전국적 확산세로 접어들었는데도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는 것을 머뭇대다가 결국 상향을 결정했다. 그동안 방역의 실질적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의 격상 건의를 정부 차원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뭉갰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처를 통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는 '봉쇄전략' 실패에 이어 두 번째 골든타임을 놓친 격이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 며칠이 중요한 고비이며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함께하면 승리할 수 있으며, 신뢰와 협력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의 국지전으로 끝날 것이라고 오판해선 안된다. 사실상 장기적인 전면전 양상이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와 극복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호흡기 전염병은 마스크를 쓰고 손만 깨끗이 씻어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 보건위생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고,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국민과 정부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