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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구·경북에 마스크 보낸 이마트, 훈장감이다

특정지역 낙인은 개탄할 일
정부도 용어 선택 신중하길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을 막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대한항공 여객기를 인천공항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등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면서 24일 현재 15개국이 이 대열에 가세했다. 세계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코로나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과 비슷해지는 징후라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세계적으로 '코리아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고개를 드는 것 자체가 우리로선 뼈아픈 일이다. 가뜩이나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터에 외국 기업의 한국 출장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서다. 이 경우 우리 경제가 엎친 데 덮친 악재가 될 건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미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이자 편치 않은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확진자가 700명을 넘어선 마당에 한국 방문 주의보를 내린 나라들을 나무랄 수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코리아 포비아'를 부추기는 빌미를 줘선 곤란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불거진 경망스러운 '낙인찍기'는 그래서 개탄스럽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제쳐두자. 레거시 미디어인 일부 방송마저 '대구 폐렴' '대구 봉쇄' 같은 용어나 주장을 분별 없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사고수습본부조차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 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는 무신경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니 혀를 찰 일이다.

가뜩이나 대구·경북 시민들은 현재 패닉 상황이다.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50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상가가 밀집된 대구 동성로는 인적이 끊기고,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시작으로 지역 내 생산라인이 멈춰설 위기다. 따져 보면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를 미리 차단하지 못해 이 지역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 폐렴'이란 말을 쓰지 말자는 호소문까지 냈겠나. 지금 특정 지역이나 종교를 탓할 계제가 아니다.
민관이 합심해 당면한 국가재난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대구·경북 지역에 221만장을 반값으로 공급하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온 국민이 저마다 작은 돌다리라도 놓겠다는 마음으로 공동체를 덮친 파도를 함께 헤쳐나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