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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19 사태, 경제위기급 대응으로 맞서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7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한은의 지나친 신중함이 아쉽다.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위기급 파장을 낳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외환위기·금융위기 때가 더 좋았다고 탄식할 정도다.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자 한은은 즉각 금리인하 카드를 꺼냈다. 사스와 메르스가 일부 지역·국가에 집중된 국지전이라면 코로나19는 글로벌 전면전이다. 하지만 통화 대응전략은 오히려 그때만도 못하다. 그래서 더욱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이 아쉽다.

인하 기대를 품었던 시장도 실망감을 보였다. 시장은 오는 4월 9일 열리는 다음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차기 금통위는 앞으로 한달 열흘이나 남았다. 그새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무슨 행패를 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은은 선제대응 카드를 스스로 버렸다.

이제 모든 짐을 정부가 떠안게 됐다. 재정(정부)과 통화(한은) 정책의 조합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회에서 여야 4당 대표를 만난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손질하는 중이다. 당장 대규모 추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 곧 세금을 쓰는 단기 부양책만으론 흔들리는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가 쉽지 않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 같은 대대적 정책기조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지붕이 뚫렸는데 비가 샌다고 열심히 걸레질 해봐야 소용없다. 규제혁신은 곧 지붕을 수리하는 일이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최악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를 너무 안일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한 콘퍼런스에서 "코로나가 미국을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위기가 닥치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부디 정부와 한은이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