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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팩트체크] "한국이 발원지?" 중국발 '코로나 괴담' 진실은…

[fn팩트체크] "한국이 발원지?" 중국발 '코로나 괴담' 진실은…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놓고 중국 내에서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확대 해석되고 있으며 급기야 한국인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8일 중국 온라인과 외신보도 등을 종합하면 논란이 되고 있는 소문은 우선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 혹은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중국 전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난산 원사는 당초 화난수산시장에서 팔던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 외국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을 볼 때 꼭 그렇게만 판단할 상황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중국 첫 확진자가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중국 베이징청년보가 우한시 방역지휘본부 질의 회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꿔 말하면 화난수산시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이나 우한 화난수산시장 발원지 추정을 부정하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홍콩과 러시아 등 일부 언론은 미국 음모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선 화난수산시장이 아니라 우한시 질병통제센터 혹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중난산 원사와 우한시 방역지휘본부의 발언은 일부 외신이나 연구소 주장과는 무게가 다르다. 중 원사는 이른바 ‘사스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며 방역지휘본부는 공식적인 중국 지방정부의 입장이다. 중국인의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추정에 대한 피해의 불똥이 한국인에게 미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을 놓고 코로나19 발원지를 의심하는 억지 눈초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허점이 많다.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지난해 12월말이다. 오히려 12월 초를 거슬러 올라가 11월에 이미 코로나19가 발병했으며 중국 당국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온 것은 1월20일이다. 만약 현재로 알려진 것과 반대로 '한국→중국 경로'라고 의심하기엔 중국과 한국의 발병 시점 차이가 두 달 가량 차이가 난다.

한국에서 첫 확진자도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1월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35세 중국인 여성이다. 그는 이달 6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면서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의 편지까지 남겼다.

더욱이 한국은 화난수산시장처럼 박쥐나 천산갑, 밍크 등 야생 동물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 한국인은 몸보신을 위해 즐겨 먹지도 않는다. 한국 급증의 전파 단체인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는 우한처럼 바이러스연구소나 질병통제센터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병원체 위험도 최고수준인 4급 생물안전성표준을 갖춘 시설이다. 4급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까지 연구할 수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경우 60대 여성 환자가 감염된 이후 같은 신도들에게 전파한 것으로 현재 확인되고 있다.

한국이 발원지라고 해도 중국까지 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배경과 경로가 설명되지 않는다. 12월 말까지 신천지 신도가 우한에 200명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당시 한국에선 발병이 없는데, 중국만 하루 수백 명이 사망할 정도로 확산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이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중국의 의료시설이나 정보망이 뒤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된다.

중국 지방공항에서 한국인을 강제 격리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거세다. 중국 지방정부는 한국 내에서 급속한 확신을 이유로 제시하지만 항공기 승객 중 고열이나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한국인은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제 격리되고 있다. 실제 이날 이란에서 상하이 공항으로 들어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이란이나 한국인이 아니라 23세 중국 남성이었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은 이유도 뛰어난 진단 능력에 그 배경이 있다. 한국은 불과 며칠 만에 이미 5만6000건이 넘는 진단을 기록했다. 따라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에 가깝다. 미국은 400여명, 일본은 1000여명에 불과하다.
중국 역시 병원조차 가지 못해 길거리나 자택에서 숨을 거두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중국 내외 언론은 연일 보도했었다. 중국 통계에 대한 신뢰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 배경으로 뛰어난 진단 능력과 언론 보도, 민주적인 시스템 등을 꼽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