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근본 치료 외면한 코로나 경제대응책

정부가 28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할 2차 경제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7조원, 한국은행 등이 9조원 등 모두 16조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1차 대책으로 4조원을 풀었다. 조만간 정부는 3차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경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1·2·3차 대책을 다 합치면 총 30조원 규모다. 정부는 상황 전개에 따라 4차, 5차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도 애를 쓰고 있다. 올해 예산 512조원은 그 자체로 전년비 9% 넘게 증가한 슈퍼예산이다. 하지만 예산을 집행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대형 추경이 기정사실이 됐다. 정부도 정치권도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경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를 강타한 초대형 악재다. 뉴욕 증시는 27일(현지시간) 다우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4% 넘게 빠졌다. 코로나 요주의 국가가 된 한국은 이미 실물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는 9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긴급 금융지원을 호소하는 공동건의문을 냈다.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겨 곤욕을 치른 현대차는 이번엔 울산공장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부 생산라인이 멈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공정이 멈추면 한국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8일 증시에서 코스피는 2000 선이 쉽게 무너졌다.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을 시장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30조원은 그저 단기부양책에 불과하다. 물론 땅에 떨어져 헐떡이는 붕어에겐 당장 한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계속 그런 상태로 목숨을 이어갈 순 없다. 붕어에겐 자유롭게 헤엄칠 어항이 필요하다. 민간자본이 바로 어항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정책기조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규제혁신이다. 지금과 같은 포지티브 규제, 곧 사전규제 아래선 기업들이 돈 쓸 곳을 찾기 어렵다. 이를 네거티브 규제, 곧 사후규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혁신에 마음껏 돈을 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약한 고리를 만났을 때 기승을 부린다. 최선의 방어책은 우리 몸의 저항력, 곧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 대책엔 우리 경제의 면역력을 높이는 근본 처방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