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주년 3.1절인 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도심내 집회가 금지된 광화문 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겨울의 찬 기운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몰려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은 대한민국은 좀처럼 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 주말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했던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집회가 코로나 여파·전광훈 목사 구속 등으로 열리지 않았다. 대형교회들은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봄이 다가오는 주말임에도 나들이와 종교활동, 각종 경조사까지 모든 활동이 줄어들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시간이 멈춘 모양새다.
■종교활동·집회 '올 스톱'
1일 종교계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온누리, 소망, 영락, 충현 등 서울 시내 대형 교회는 이날 주일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종교와 집회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가운데 교인들의 건강과 혹시 모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준 8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의 최대규모 교회 수영로교회 역시 지난 주부터 주일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당이 비어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개천절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 집회를 강행해 온 범투본 역시 광화문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범투본이 서울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범투본은 예정했던 집회를 유튜브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 범투본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3·1절 집회예배'를 진행해 곳곳에서 비난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모씨(42)는 "광화문 광장이 이렇게 조용해본 게 얼마만인가 싶다"며 "(코로나19로)나라 상황이 이런데 당연히 협조해야 하는 거고, 이런 상황에서도 (집회를)강행한다는 건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1일 구속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관계자들이 교회로 가는 길을 통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대형교회들이 이날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신했지만 사랑제일교회는 집회 성격의 3·1절 예배를 강행했다. / 사진=뉴스1
■봄 찾아 왔지만.."나라가 멈췄다"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는 결혼식과 장례식도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슈퍼확진자'로 지목되고 있는 31번 확진자가 결혼식장에서도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소식이 번지면서 경조사에 방문하지 않는 인원이 늘고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조업계 한 관계자는 "결혼식과 달리 장례식은 연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조문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아예 조문객을 받지 않는 상주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병원 장례식장의 안내문구. 코로나19 여파로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날은 낮 최고 기온이 12도까지 오르는 따뜻한 날씨였지만, 유원지와 공원 등으로 나들이를 나선 이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전국 각지 유원지와 국립공원, 관광지들은 대폭 줄어든 손님으로 인해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요식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물론 헬스장과 미용실, 사우나 등의 영업손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배달음식 이용자가 늘면서 요식업 자영업자들의 활로가 트였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한때였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음식 전문 식당을 운영 중인 서모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수요가 늘었다고들 하지만 초반에나 그랬고, 그마저도 특정 프랜차이즈들에 집중돼 있어 상황이 정말 어렵다"며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비롯한 모든 활동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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