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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음하는 코로나 취약층, 추경 우선 배려하길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44일, 심각단계 격상 11일째를 맞은 4일 기저질환자, 중증장애인, 고령자, 쪽방촌 거주자 같은 코로나 취약계층의 비명이 하늘을 찌른다.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병상을 빼앗겼고, 중증장애인실과 요양병원의 환자는 의료공백과 돌봄공백에 신음한다. 무료급식이 끊긴 노숙인은 배를 곯는다.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막막한 임시·일용직 근로자,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비명에 땅이 꺼진다. 돌봄, 가사 등 시급제 노동자들의 수입은 10분의 1까지 곤두박질쳤다. 무급휴직을 강요받는 비정규직과 반토막 매출에 우는 영세사업자의 생활전선은 폭탄을 맞았다.

정부는 총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이날 심의·의결했다. 이 중 코로나 대응에 직접 쓰이는 돈은 8조5000억원이다. 추경안은 5일 국회에 제출돼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7일 전 처리될 예정이다. 이 중 3조원이 코로나 취약계층의 민생·고용안정 대책에 투입된다고 한다. 저소득층과 아동돌봄 가구에 주는 소비쿠폰 등에 2조4000억원이 편성됐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로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받는 총 137만7000가구에 4개월분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할 계획이다.

생계·의료급여 수급 대상엔 4인가구 기준 35만원, 주거·교육급여 수급 대상엔 4인가구 기준 27만원이 매달 지급된다.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아동 1인당 매달 10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4개월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소상공인·중소기업에게 2조원의 긴급경영자금을 준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서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코로나19는 마치 죽음의 그림자처럼 공포스럽다.
공동체의 안전을 해치는 각자도생의 이기심을 버리고 함께 안전을 지켜야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이 저소득 취약계층을 공공의 힘으로 일으켜 세우는 가뭄에 단비가 돼야 한다. 전쟁과 기아보다 더 무서운 코로나19의 퍼펙트 스톰을 막는 굳건한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