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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케이뱅크 팽개친 국회, 거꾸로 가는 금융혁신

국내 제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난처하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빼는 내용이다. 케이뱅크는 통신업체 KT가 주도한다. 그런데 지난해 4월 공정위는 담합 혐의로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분명한 대주주 결격사유다. KT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빼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국회 정무위는 논란 끝에 지난해 11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도 넘어섰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결국 제동이 걸렸다.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출을 중단한 지 오래다. 자본이 부족한 게 제일 큰 원인이다. KT는 특례법에 따라 지분율을 최대치인 34%로 끌어올린 뒤 5000억원대 증자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위원회는 현행법을 들어 KT가 요청한 대주주 승인 심사를 중단했다. 우회전략으로 케이뱅크는 특례법 개정에 힘을 쏟았으나 이 또한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인터넷은행 최대주주 지분율(의결권)을 4%에서 34%로 높인 것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제안했다. 붉은깃발법 비유도 이때 나왔다. 국회는 서둘러 특례법을 통과시켰다. 이때도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나왔으나 대통령의 의지에 묻혔다. 그러나 끝내 빛바랜 은산분리 규제를 신봉하는 이들이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구직 대신 창직하라'에서 "규모는 작지만 주인 있는 인터넷은행이 금융혁신을 앞당기고, 기술벤처에 대한 투자금융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이 변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고도 했다. 혁신성장을 간판으로 내건 민주당이 타다금지법에 이어 인터넷은행특례법까지 거푸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슬픈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