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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마스크 수요 관리만큼 공급에도 신경 써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대란'도 쉬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담화문에서 "콩 한쪽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며 '마스크 5부제'에 대한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저를 비롯한 공직사회가 먼저 면마스크 사용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이는 "꼭 필요한 사람이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발휘하자는 차원이겠지만, 그간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9일부터 약국에서 마스크를 1주일에 1인당 2장만 살 수 있다.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5부제를 적용해 살 수 있는 요일도 제한된다. 하지만 마스크를 사려고 긴 줄을 서거나, 약국을 몇 군데나 도는 불편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6일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줘야 한다"고 한 데서 저간의 사정이 읽힌다. 공언했던 마스크 공급이 먹혀들지 않자 수요억제로 선회한 인상을 준다.

물론 코로나19 감염증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무관하게 과도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재사용이나 면마스크를 권하고 있는 정부의 고충이 일면 이해는 된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 초까지 일반인에게도 의료인 수준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바 있다. 국내 감염위험이 훨씬 커진 시점에 정부가 마스크 사용기준을 확 낮추니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면한 마스크 수급난은 시장의 실패이자 정부 정책 무능의 징표다. 상당한 물량이 중국으로 빠져나간 뒤에야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고, 인력과 필터 등 원자재가 달리는 업체에 뒷북치듯 증산을 독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증상자나 방역·의료 인력 등에게 마스크를 우선 배분하기 위해 당장의 수요관리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궁여지책일 뿐이다. 작금의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세나, 앞으로 유사한 역병이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감안했을 때 그렇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마스크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