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한·일 입국제한 치킨게임 조용한 외교로 풀길

지소미아 불씨 내연 중인데
새 악재로 양국 경제 치명타

한국과 일본 양국은 9일 0시부터 강화된 입국규제에 들어간다.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로 한국인 1만7000여명의 비자가 정지되면서 유학생, 기업 주재원, 여행객의 발이 묶였다. 두 나라를 잇는 하늘길과 뱃길이 거의 끊겼다. 아시아나항공 등 6개 항공사는 일본노선 취항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1951년 국적기 취항 이후 70년 만에 한·일 간 57개 항공노선이 3개로 쪼그라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 방역전쟁에 전념해야 할 양국이 때아닌 외교전쟁을 치르고 있다. 양국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먼저 기름을 부은 쪽은 일본이다. 일본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시급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한 지 4일 만에 '입국거부'로 응수했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건으로 종료를 유예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불씨가 되살아날까 우려된다.

양국의 '치킨게임'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양국은 10일 수출관리당국 간 국장급 협의를 3개월 만에 열어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진전은커녕 성사 여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현금화)이 현실화하고, 일본이 보복조치에 나서면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하고, 취업자 수는 36만명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같은 날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악의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2%(2018년 기준 적용)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경제가 만사다. 세계 102개국이 입국제한 조치를 하는 마당에 3대 교역국인 일본과 대립을 장기간 지속해서 인적·물적 교류가 위축되면 관련 기업만 죽어난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핵심소재와 부품, 첨단장비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첨단라인 가동과 테스트, 최적화 과정에서 일본 엔지니어의 입국이 막혀 기술지원이 끊어진다면 큰일이다. 최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조용한 외교로 상호 입국제한을 풀어야 한다. 출입국 빗장이 오래 걸리면 국내 기업인과 해외 바이어들이 세일즈나 투자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