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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계경제 코로나 경련… 한국 대응은 무기력

박용만 "추경 40조는 돼야"
정부는 위기불감증에 빠져

세계 경제가 경련을 일으켰다. 코로나19라는 악성 바이러스와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뉴욕을 비롯해 주요국 증시는 바들바들 떨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로부터 12년 뒤 코로나 위기가 터졌다.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코로나19는 중국을 거쳐 한국을 때렸고, 점차 유럽과 미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유럽 남부의 이탈리아는 전국 이동 금지령을 내릴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유럽연합(EU)은 솅겐조약에 따라 회원국끼리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따라서 특정 회원국에 대해 국경을 폐쇄하기가 쉽지 않다. 이탈리아 사태는 단지 이탈리아 반도 안에만 머무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도 코로나19 사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선제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시장은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오히려 뉴욕 증시는 바이러스 강펀치에 유가 급락 어퍼컷을 맞고 그로기 상태다. 23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희한한 일까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감세를 언급했다.

해외의 이런 긴박감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10일 정부는 증시에서 공매도를 일부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공매도 규제는 주가 급락을 막는 데 일부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비 오는 날 지붕이 새는데 바닥을 걸레질하는 격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도무지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걸레질이 아니라 지붕을 수리할 때다.

그나마 기업을 하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했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긴급기자회견에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을 최대 40조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11조7000억원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물경제를 보면 박 회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항공·여행사들은 생존이 위태롭다. 자영업자들은 아예 가게 문을 닫는다. 코로나 위기가 외환위기급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하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은 처방은 그저 일상적인 경기부진 대책 수준이다.

정부는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모범적이라고 우긴다. 생명을 잃은 분들과 그 가족, 일이 끊겨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이 들으면 부아가 상투 끝까지 치밀어 오를 일이다. 방역과 마찬가지로 경제대책도 선제대응 타이밍을 놓친 채 뒷북만 치고 있다.
이래선 올해 성장률 1%도 가물가물하다. 획기적인 정책 기조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다금지법이 아니라 타다촉진법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