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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이른 한진 경영권 분쟁…명분이 표심 가른다

절정 이른 한진 경영권 분쟁…명분이 표심 가른다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한진그룹이 꾸린 전문경영진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 제안 이사진간 경영능력 평가와 함께 양측의 명분도 주주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달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3자 연합측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 등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지만 곳곳에 허점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노림수로 뭉친 3자 연합의 느슨한 명분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그룹 내부직원들까지 현 경영체제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갑질 논란 중심에 섰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인 KCGI, 가족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건설이 연합을 구성해 한진그룹 경영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1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이 제기한 '에어버스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명예훼손 등 법적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3자 연합은 최근 에어버스와 대한항공이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고 조원태 회장이 연관됐다고 공격했다.

그런데 항공기 구매계약 시기인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에 입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역공을 받았다. 3자 연합은 이에 대해 2004년 이후 조원태 회장이 등기이사로서 모든 항공기 도입 및 관련 차입 등 이사회 표결에 찬성했고 2009년 뒤부터는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에 직접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른 점이 있어 반박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 등기임원에 오른 시기는 2012년인데 2004년 이후 등기이사로 찬성표를 던졌다고 언급하며 한진그룹에게 "주총 전 이미지를 갉아먹으려는 작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반도건설은 가족 중심의 폐쇄적 경영을 이어가면서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위한 조치라는 게 반도건설 입장이지만 투자목적 변경 공시 전 한진그룹에 부동산 개발권리 및 경영권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저의에 의심이 쏠렸다.

맨 처음 한진그룹 경영권 위협에 나선 KCGI도 허점을 보였다. 펀드만기가 최소 14년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인등기에 설정된 존속기간은 3년에서 10년에 불과했다. 먹튀 우려가 불거지자 진화를 위해 장기 투자를 강조하면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했다.

이같은 논란들은 한진그룹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들로 시장 및 주주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3자 연합 행보 곳곳에서 드러난 허점은 느슨한 명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했던 KCGI가 한진가(家)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며 명분이 퇴색됐고 이를 상쇄하고자 급하게 공세를 이어가며 틈을 보였다는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사람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KCGI가 정작 파트너로는 밀수 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 재판을 겪은 조 전 부사장을 선택했다"며 "총수 일가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던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한편 3자 연합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