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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와 싸움은 장기전, 신발끈 다시 조이자

대구·경북 막는다고 끝 아냐
해외서도 언제든 유입 가능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3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라운드는 지난달 18일 31번 환자가 나오기 전이다. 돌아보면 1라운드는 워밍업에 불과했다. 2라운드 들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대구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씩 감염자가 늘더니 확진자수 기준 한때 세계 2위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이제 3라운드다. 대구·경북이 주춤하는 사이 바이러스는 주 활동무대를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겼다. 서울 구로에 있는 콜센터는 벌집을 쑤신 듯하다. 대구 콜센터에서도 환자가 나왔다. 전국 콜센터 근무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3라운드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외 상황도 악화일로다.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주요국마다 환자가 각각 1000명 선을 넘어섰다. 프랑스에선 문화부 장관도 감염됐다. 스페인은 정당 대표가 감염되는 바람에 의회를 일시 폐쇄했다. 미국도 불안하다. 환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뉴욕주는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70대 고령자인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은 유세를 중단했다. 중동에선 이란이 환자수가 8000명을 넘어섰고, 브라질·칠레 등 중남미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위로는 문재인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현장 보건소 직원에 이르기까지 방역당국이 한번 더 고삐를 죌 때다. 한국 방역이 모범적이라는둥 얼토당토않은 말은 제발 그만두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희생된 수십명 사망자와 그 가족,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수시로 울리는 긴급안내문자에 전 국민이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다. 방역 책임자들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이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한국처럼 온 국민이 똘똘 뭉쳐 바이러스와 싸우는 나라는 없다. 정세균 총리는 10일 "2주간 대구에 머무르는 동안 대구의 품격을 보았다"고 말했다.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 지역민들이 보여준 절제 있는 대응은 누가 봐도 세계적인 모범이라 할 만하다. 방역당국만 잘하면 된다. 그러려면 경솔한 입부터 닫아야 한다.

코로나19와 싸움은 장기전이다. 3라운드 마침종이 울린다고 끝난 게 아니다. 4라운드, 5라운드가 또 대기 중일 공산이 크다.
큰불을 다 잡기도 전에 서울 등 곳곳에서 잔불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다. 추가로 해외에서 새로운 불씨가 언제 유입될지 모른다. 행여 지금 신발끈을 느슨하게 풀었다간 큰코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