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50조 막대한 재원 소요
'총선 정국' 존재감 드러내기 비판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도 약 800만 가구에게 총 60만원씩 지급하자는 '재난 긴급생활비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여권 대선주자들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재난 기본소득'을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기본소득 지급요구에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세하면서다.
일각에선 민주당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 지자체장들이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재원에 대한 합리적 고려가 없는 '포퓰리즘적 제안', '현금살포'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장 잠룡들의 '반란'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발 재난 기본소득 도입요구는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역화폐 형태의 대규모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엔 김경수 경남지사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씩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9일 '재난 긴급생활비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2월~3월 두 달 동안 총60만원을 중위소득 이하 가구 중 복지제도 지원대상자를 제외한 약 800만 가구에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들이 제안한 '재난 기본소득'은 모두 '현금 직접지원'을 골자로 한다. 김 지사의 제안을 실현하려면 총 51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박 시장의 재난 긴급생활비지원도 약 5조원의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 추경'이 총 11조70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날선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총선 국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지자체장들이 국난 상황을 맞아 '존재감 드러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떠벌리고 있는 재난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재정이고 뭐고 상관없이 현금을 살포하자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돈이 있다면 마스크나 좀 제대로 공급해주시기 바란다"며 "재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은 평생 자기 손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세금 내본 적이 별로 없는 분들"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연일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지도부는 '난색'
당 지도부와 핵심인사들도 연일 재난 기본소득 도입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추경에 이미 재난 기본소득제의 취지가 상당정도 반영됐다"면서 "기본소득제라는 기존의 틀을 바꾸는 제도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본소득을 하려면 51조 또는 26조 등의 예산이 들고 (재난 기본소득의 경우) 대상을 확정해 5조원 정도 들지만 더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추경에 그것을 담기엔 시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도 "재난 기본소득과 같은 단기적 내수 대응책은 좋은 처방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내수 대응만이 아닌 수출 대응 등의 구조적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금을 통한 단기 내수진작에 앞서 경제 전체의 기초역량을 튼튼히할 경제 정책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 서울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만큼, 정치권의 재난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공방과 격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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