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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코로나 사태 와중에 양대 노총 세싸움이라니

12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 재개발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1000여명이 대치했다. 올 초부터 일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양대 노총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폭력도 볼썽사나웠지만,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열린 대규모 시위 그 자체가 상궤를 벗어난 집단이기주의로 비친다.

양측은 이날 서로 "우리 쪽 사람을 써야 한다"며 맞섰다. 자기 조합원 몫을 지키려는 의지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절차와 시기 모두 합당하지 않아서 문제다. 성남시가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집회제한을 고시했지만 양측 인원 중 절반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집결했다. 상호 폭력은 차치하고, 애꿎은 시공업체 직원들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였다니 혀를 찰 일이다.

가뜩이나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지금 수도권 전체가 비상이다. 온 국민은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이러저런 불편을 감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나섰다. 외신들은 종교행사까지 자제할 정도로 한국민이 높은 시민의식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양대 노총이 세싸움을 벌이고, 경기도와 성남시가 이를 사실상 방치함으로써 애써 쌓아온 방역모범국 이미지에 먹칠한 꼴이다.

더욱이 한노총은 당분간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기로 약속했었다. 지난 6일 정부·경영계와 함께 경사노위에서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에도 노동시간 단축 등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성남 집회는 이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양대 노총 간 비슷한 충돌이 수원 등으로 번질 기미도 보인다. 민노총이 경사노위에서 빠졌지만, 노·노 갈등은 세 과시가 아닌 대화로 푸는 게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커진 시점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혹여 집단시위로 인해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면 각 사업장도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노동단체들이 자기 조합원 밥그릇을 지키려다 밥상 전부를 뒤엎는 우를 범해선 안 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