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추경은 늘리고 금리는 푹 떨어뜨리길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지금은 메르스, 사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을 불러 긴급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가졌다. 문 대통령의 주문은 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홍·이 두 사람은 즉시 '전례 없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세계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폭삭 꺼졌다. 미국, 유럽, 한국 가릴 것 없다. 항공·여행·관광 등 실물경제도 비명을 지른다. 국내 소상공인들은 바닥에 엎드려 지원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금융·실물을 동시에 강타한 복합위기다. 타성에 젖은 대책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가장 확실한 방안은 역병을 물리치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잡으면 경제도 금세 살아날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것도 코로나19 사태가 과연 언제 종식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불확실성의 노예다.

감염병과 싸우는 제1 원칙은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대책도 마찬가지다. 이 원칙에 비추면 여태껏 우리 정부의 대응은 낙제점을 면키 어렵다.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은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빼면 너무 적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 부총리가 추경 증액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평상시라면 재정건전성을 염려하는 홍 부총리가 옳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대한상의는 추경이 40조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오히려 홍 부총리가 정치권에 증액을 요청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은도 좀 더 민첩하게 움직이길 바란다. 한은은 다음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 기준금리는 1.25%다. 만약 0.5%포인트 '빅 컷' 결정을 내리면 금리는 사실상 제로시대를 맞는다. 한은으로선 가보지 않은 길이라 주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제로금리는 기정사실이 된 지 오래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국제공조가 열쇠를 쥐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뒤 세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신설, 시장에 신뢰를 심었다. 당시 한국은 제5차 회의(2010년)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공조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