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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조원태 한진 회장 연임 찬성"

"한진칼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 의지 있어"
"3자연합, 공통의 철학으로 경영할 지 의문"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조원태 한진 회장 연임 찬성"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 중 한곳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찬성을 권고했다.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가 조 회장 손을 들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27일 한진칼 주총에 상정된 의안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과 회사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전원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기권) 권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올해 한진칼 주총 안건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낸 기관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는 지배구조위원회 등을 도입해 KCGI가 요구한 지배구조와 자본구조 문제를 수용, 개선했다"면서 "항공 업황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할지 의심된다"고 찬성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3자 연합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안한 후보의 전문성이 특별히 이사회 측 후보에 비해 더 높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3자 연합 주체들이 공통의 경영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할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유발한 당사자이자 과거 KCGI가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당시 후진적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점으로 지적한 ‘땅콩 회항’의 당사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건설은 투자회사가 아니라는 점과 주력 업종이 건설사라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보유한 토지 등 유휴자산을 활용한 사업기회가 그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후보로 조 회장을 포함해 7명을 추천했다. 이와 관계없이 3자 연합도 7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올렸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인정되는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지분율 6.52%),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등 총 33.45%다. 이에 맞서 3자 연합 측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32.06%을 갖고 있다. 양측의 지분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조 회장과 3자 연합은 경쟁적으로 추가 주식을 사들이며 주총 이후 장기화될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한진칼 주주명부가 폐쇄된 이후에 사들인 지분은 당장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올 들어 반도건설과 KCGI는 한진칼 지분을 각각 5.02%, 0.54%씩 추가로 매수했다. 이에 맞서 조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지분 4.9%를 추가해 14.9%까지 늘렸고 카카오도 1%를 더 샀다.

한편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국내 3개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계인 ISS, 글래스루이스도 조만간 권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