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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 '허위공시' 논란 불거져...한진칼 지분 3.28% 효력 상실?

권홍사 회장 지분 취득 공시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직 요구 사실 알려져
허위공시 논란에 3자연합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의결권 행사 보장 가처분 신청


반도건설 '허위공시' 논란 불거져...한진칼 지분 3.28% 효력 상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반도건설 제공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처음부터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할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8.28%(주총 의결권 기준) 가운데 3.28%가 이번 주총에서 그 효력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권 회장이 지난해 지분 취득 전 한진그룹 경영진을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등 경영참여 의사를 밝혔음에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로 허위공시했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감안하면 만약 경영 참여를 숨기고 단순투자라고 허위로 공시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주식 처분명령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권홍사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반도건설 측이 요구하는 한진칼 등기임원과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의 국내외 주요 부동산 개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같은 해 10월 1일 계열사 대호개발이 한진칼 지분 5%이상을 취득, 공시하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첨부했다. 이후 반도건설 측은 지난 1월 6일까지 42차례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해 8.28%의 지분율을 기록한 뒤, 같은 달 10일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반도건설 '허위공시' 논란 불거져...한진칼 지분 3.28% 효력 상실?
반도건설 계열사인 대호개발이 2019년 10월 8일 한진칼 지분 취득 공시에 첨부한 확인서 /사진=금융감독원
문제는 권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주주를 만나 명예회장직을 요구하고 한진그룹 부동산 개발을 제안하는 등 경영참여 의사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미 경영참여에 뜻이 있음에도 지분 취득목적을 '단순투자'라고 공시한 것은 허위공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2005년부터 이런 허위공시 행위를 엄중하게 다스리고 있다. 이번 한진그룹처럼 그룹 내 경영권 분쟁 시기에 이런 허위공시는 경영권을 방어할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고 판단 때문이다. 실제 컨설팅업체 DM파트너스는 지난 2007년 한국석유공업 지분을 사들이면서 단순 장내매수라고 밝혔지만 17.65% 매입한 후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후 지분을 31.93%까지 확대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섰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는 DM파트너스가 초기에 사들인 14.99%는 경영 참여 목적을 숨기고 매집한 것으로 보고 해당 주식을 처분토록 했다.

반도건설 측이 허위공시를 했다는 논란이 일자 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등 3자 연합은 반도건설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가처분 신청이 통상 상대방의 권리나 행위를 인정하면 안 된다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선제적으로 의결권 행사 지분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낸 셈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16일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며 주주총회 날인 27일 전에 결과가 나온다. 만약 반도건설의 허위공시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되면 반도건설이 확보한 의결권 있는 한진칼 지분 8.28% 중 약 3.28%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번 주총 투표에서 '중립'을 선언한 카카오 지분을 뺀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2.45%인 반면 3자 연합 지분율은 총 32.06%로 반도건설 측 지분 3.28%가 제외될 경우 주총 결과는 예상보다 싱겁게 조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