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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 비상경제시국 선언, 성장률 거품부터 빼야

2009년 윤증현팀이 교훈
홍남기팀 현실 직시하길

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시국을 선언했다.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며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올바른 인식이다. 한국 경제는 감염병에서 비롯된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앞장서서 지도력을 발휘할 때다.

세계 경제는 구렁에 빠졌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지만 금융시장은 수직낙하 중이다. 사실상 '블랙 먼데이'가 일상화한 느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 걸로 보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7월, 8월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로 향할 것이냐는 질문엔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케네스 로고프 교수(하버드대)는 "세계 경제침체는 90% 이상의 확률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비관 일색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1%로 낮췄다. 무디스는 1.9%에서 1.4%로 떨어뜨렸다. 중국은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산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미·중 경제가 비틀거리면 한국 경제는 비빌 언덕이 없다.

이처럼 냉엄한 현실에 비춰 볼 때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은 지극히 미온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추는 데 그쳤다. 심지어 정부는 2.4% 전망치를 고수한다. 이러니 정부와 한은이 대책을 내놔봤자 뒷북이란 비판을 받는다.

올바른 대책은 올바른 현실인식에서 나온다. 10여년 전 금융위기에서 배워야 한다. 2009년 초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대응팀을 이끌 경제사령탑을 교체했다. 소임을 맡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플러스 3%에서 마이너스 2%로 무려 5%포인트나 낮췄다. 실제 2009년 성장률은 플러스 0.8%를 달성했다. 온 국민이 위기감을 공유한 덕이다.

문 대통령은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므로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출발점은 성장률 전망치에서 거품을 빼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4·15 총선 눈치볼 겨를이 없다. 홍남기 경제팀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