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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재기 없는 시민의식, 코로나 위기서 빛났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지구촌은 전례 없는 '글로벌 패닉' 상황에 빠져들 참이다. 세계인 모두가 경제는 나빠지고, 불안감은 커지는 동시대적 고난을 겪으면서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에서 최근 생활필수품 사재기 열풍이 빚어질 정도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높은 시민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확진자가 많이 생긴 대구 시민들부터 스스로 '사회적 격리'를 감수하면서 의연히 대응 중이니 말이다.

지금 세계 각국이 감염증 방역과 실물·금융 '동반쇼크'로 인한 복합 경제위기라는 두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태라 정부의 힘만으로 조기 수습을 낙관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18일 경제주체 원탁회의에서 국민들에게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주역이 돼달라"고 요청했을 법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미 국난을 맞으면 관군보다 더 헌신적이었던 의병의 전통을 잇고 있다. 다른 나라처럼 생필품을 사재기하긴커녕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게 그 징표다.

다만 공동체를 지키려면 시민들 간 마음의 거리는 좁혀야 한다. 그런 면에서도 우리 국민은 모범적이다. 대구 등에서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라자 자원봉사자가 밀려들고, 기업들은 기꺼이 시설을 내놨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주라며 힘겹게 모은 현금 100만원과 마스크 39장을 내놓은 울산 노점 할머니의 배려도 눈물겹다.

18일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확인됐다. 감염의 확산세가 다소 주춤한 것처럼 보이곤 있으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란 얘기다. 추가 집단감염을 막으려면 긴장을 풀지 말고 자율적 통제를 실천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옥에 티' 이상으로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최근 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확산국을 다녀와 확진판정을 받고 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서다. 이동이나 종교활동 등 개인의 일상이 소중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큰 불길이 잡혔다고 보긴 어려운 시점이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공유해야 함은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