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미증유 경제위기, 아파트 세금 꼭 올려야 하나

집값 하락세 자극할까 걱정
코로나 돌발변수 고려하길

올해 아파트 보유세가 껑충 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8일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전국 평균은 5.99% 올랐다. 하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서울은 14.75% 올랐다. 강남구가 25.57%로 가장 크게 뛰었다. 가격대별 편차도 크다. 시가 9억원 미만은 공시가격 인상률이 1.97%에 그쳤다. 반면 9억원 이상은 21.15%에 달했다. 이에 따라 9억원 넘는 고가주택에 사는 이들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를 적어도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을 더 내게 생겼다. 다주택자는 최대 수천만원까지 각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보유세 강화는 올바른 방향이다. 집값을 잡는 데는 무거운 보유세가 잔챙이 대책 여럿보다 낫다. 공시가격은 세금을 매길 때 출발점이 된다. 이를 시세와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 사실 문재인정부가 펴는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게 보유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보유세 강화를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그것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경제주체 원탁회의'를 주재했다. 19일엔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연다. 하필 이런 때 국토부는 부동산 중과세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1차 추경에 이어 재난기본소득 지급안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눈치 없게도 국토부는 대통령과 정부 차원의 위기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리는 본 난에서 부동산은 값이 오르는 것보다 내리는 게 더 문제라고 누차 지적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경제에서 거품이 꺼질 때,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질 때 방아쇠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부동산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코로나 위기 탓에 국내 부동산도 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서울 강남권에선 급매출이 속출한다는 말도 들린다.

온 세계가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주요국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양적완화(QE)를 재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조달러(약 1240조원) 규모의 슈퍼 부양 카드를 꺼냈다. 늦었지만 우리도 그 열차에 올라타려 한다. 지금은 실물과 금융이 뒤엉킨 복합위기 상황이다.
국토부가 당분간 보유세 강화 정책을 보류하기 바란다. 경기가 살아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 강행하면 역주행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