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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코로나 공적자금' 조성은 어떤가

외환위기 때 169조 지원
도덕적 해이 방지가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내놨다.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증시안정기금,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급 충격 속에 문 대통령과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정도론 충분치 않다.

시장을 보면 안다. 이날 코스피는 1500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환율은 달러당 1300원선을 넘본다.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은 위기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시장이 정부 정책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럴 만도 하다. 주요 선진국들은 전시에 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대신 의료용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을 생산할 채비를 갖췄다. 프랑스의 명품 루이뷔통은 향수 대신 손세정제 생산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비상경제회의 체제를 가동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한발 더 과감하게 치고 나가길 바란다. 금융위기 때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전통을 깨고 제로금리·양적완화(QE) 정책을 폈다. 그 덕에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버냉키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차라리 과잉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남겼다.

50조원은 큰돈이지만 딱 손에 잡히는 돈은 아니다. 금융사가 긴급 경영자금을 낮은 금리로 대출하고,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납부를 미뤄주면 물론 도움은 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말한 것처럼 자칫 이런 식의 지원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은행 등 금융사는 여간해선 손해볼 일을 하지 않는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때 김대중정부는 공적자금을 통해 위기 탈출을 꾀했다. 1차로 64조원, 2차로 40조원 등 총 169조원을 조성해 부실 금융사와 기업을 지원했다.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국회 동의를 거쳐 채권 원리금 지급을 보장했다. 정부 보증이 붙었으니 사실상 국채나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때는 자산관리공사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공적자금 6조원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코로나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중기·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중심으로 하되 항공·여행 분야 대기업 등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실물경제를 살려야 일자리도 산다.
공적자금은 공돈이 아니다. 외환위기 공적자금 회수율은 70%에 이른다. 운용의 묘를 살리면 도덕적 해이도 막으면서 경제 충격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