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5일 이상 고열' 경산 11세 초등생, 병원 전전하다 '죽을 뻔 했던' 사연

코로나 음성에도 개인의원·병원응급실 찾아다니며 진료 '구걸' 39도 고열에 기침 증세 심해져 하마터면 '골든 타임' 놓칠뻔 엄마 "숨진 17세 안타까워요 …일반폐렴 환자 어디 가나요"

'5일 이상 고열' 경산 11세 초등생, 병원 전전하다 '죽을 뻔 했던' 사연
[대구=뉴시스]전신 기자 = 19일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18일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청소년이 영남대병원에서 사망,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2020.03.19. photo1006@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숨진 17세 소년의 사인(死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라 일반 폐렴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같은 일반 폐렴 증상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18일 폐렴 증세로 숨진 경북 경산의 17세 고교생 A군 부모는 경산중앙병원이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치료의 골든타임(적기)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중앙병원측은 언론을 통해 "A군이 폐렴 증상을 보여 코로나를 의심했으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병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또 어렵다"고 했다.

이같은 유사 사례가 인근 병원에서도 왕왕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일 경산시에 거주하는 B(11)군 어머니에 따르면 B군은 지난달 21일 밤부터 목이 따갑고 발열이 시작돼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후두염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어도 38도 이상 고열이 계속됐고 24일 밤 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다.

초등학생인 B군은 당시 봄방학 중이었고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지만 B군의 어머니(42)는 무턱대고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전체 폐쇄로 이어지는 일을 우려해 B군의 코로나19 검사를 우선 받았다고 했다.

B군은 다음 날 오후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경산**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았다. 당시 B군의 체온은 39도가 넘었다. 5일 넘게 고열이 계속되고 기침도 점점 심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응급실 앞에서 B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고열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도 먼저 해보고 음성 판정 받아서 병원에 왔다. 항생제든 해열제든 제발 치료해 달라"고 애원했다.

응급실 앞에는 '발열과 기침 등 감기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안내문은 다른 병원에도 모두 걸려 있다)

B군의 어머니는 "**병원 응급실이 코로나19로 폐쇄된 적이 있어 다소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부터 받고 간 거였는데 ..."라고 울먹였다.

B군의 어머니는 의사의 '처치'를 문제 삼았다. 어렵게 통화가 된 응급실 담당의사는 "근처 소아과로 가라"는 답변만 내놨기 때문이다.

B군의 어머니는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약을 먹어도 6일째 39도가 넘는 고열이 계속된다고. 피 검사든 엑스레이든 찍어서 원인을 알아야 처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 담당의는 소아과전문의가 아니어서 피검사나 엑스레이를 찍어도 알 수 없다고 말했어요. 엑스레이 판독을 못할 정도면 상식적으로 어떻게 응급실을 맡고 있어요? 피 검사로 염증 수치도 판단 못할 정도면 거기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병원 관계자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받으면서 지난달 18일부터 일반 호흡기환자를 위해 임시진료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평소처럼 오전9시부터 오후5시30분까지 20여명의 의료진이 외부에서 진료하고 있다. 모든 의료진이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B군의 어머니는 "병원을 찾았을 당시 임시진료소에 대한 내용은 듣지 못했고 진료가 끝난 시간이었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평소처럼 진료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없었다. 감기 증상 환자는 진료가 어렵다고 해서 선별진료소에 있던 한 의료진이 응급실 담당의랑 어렵게 통화라도 연결시켜 준 것"이라고 했다.

이후 B군은 지역의 한 아동병원에서 '일반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해 위기를 넘겼았다.

A군, B군 등 사례처럼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일반 폐렴 환자나 호흡기 환자들은 코로나19로 의심받아 제 때 치료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증상이 유사한 일반 폐렴 환자와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대응해야할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의료인은 "현재 대부분의 병원은 내원 환자가 고열이 나면 선별진료소를 먼저 안내하고 있다. 거기서 진료의뢰서를 받으면 상태에 따라 입원 여부를 판단하고 여의치 않으면 상급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인은 "일반 폐렴 환자에 대한 매뉴얼 지침은 별도로 받은 적이 없다.
코로나19와 일반 폐렴 환자는 증상도 같아 병원에서도 곤란한 측면이 있다. 다른 환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도 있고 환자를 받았다가 폐쇄라도 되면 당장 월세나 직원 급여 등 손실도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숨진 A(17)군 사례와 관련해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한 언론에서 "코로나를 떠나 일반적으로 40도 넘는 고열과 폐렴이 같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입원의 중요한 지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