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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주열 총재, 내친김에 한·일 통화스와프도 해내길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큰일을 했다. 한은은 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기간은 최소 6개월(9월 19일)이다. 이로써 한국은 코로나 위기에 맞설 든든한 무기를 장만했다. 통화스와프는 지금처럼 긴박할 때 서로 빌려쓰는 비상금이다. 형식은 달러·원화 스와프(교환)이지만 사실은 연준이 한국에 600억달러를 언제든 빌려준다는 뜻이다. 당장 20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이 뚝 떨어지는(원화 가치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달러 품귀 우려가 준 덕이다.

연준은 이번에 한국을 비롯해 모두 9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달러 가치가 불안하면 국제 금융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달러 가치 안정에 미국과 해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인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친분이 있다. 이 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성과를 일궜다.

이번 기회에 한은이 일본 중앙은행과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맺기 바란다. 사실 우리나라 통화스와프의 첫 상대는 일본이다. 외환위기 뒤인 지난 2001년 한은은 일본은행과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처음 맺었다. 10년 뒤 액수는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통화스와프는 한·일 경협의 상징이 됐으나 위안부, 독도 등 해묵은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두 나라 통화스와프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 제로가 됐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원·엔화를 교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달러를 직접 공급받는 한·미 통화스와프만은 못하다. 하지만 엔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위기 땐 늘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수개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엔화 가치는 끄떡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라며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놓치기 아까운 카드다. 역대 최악 수준인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나서기보다 이 총재에게 협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면 좋겠다.
이번만은 정경분리 원칙 아래 오로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한·미 간 600억달러에 이어 수백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까지 맺으면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