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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자문사, 기업 '쥐락펴락'…공정성 '갑론을박'

지배구조·이해상충 방지 부족 문제점 "하나의 참고자료…최종 책임은 기관" 인력 부족, 낮은 단가…저품질 양산돼

의결권자문사, 기업 '쥐락펴락'…공정성 '갑론을박'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의결권자문사들이 상장사들의 슈퍼 주주총회 위크를 맞아 다수의 의결권 행사 리포트를 내고 있는 가운데 보고서의 공정성과 품질을 놓고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결권자문사의 지배구조나 이해상충 방지 체계 부족에 따라 리포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자문사의 권고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최종적인 책임은 기관투자자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2302개사 가운데 3월 넷째 주에 정기주총을 개최하는 회사는 1523곳에 달한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 네이버 등 484개사,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966개사 등이다. 넷째주 주주총회가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는 24일(356개사), 27일(670개사)이다.

상장사 '슈퍼 주총 위크'를 맞으면서 치열한 표싸움이 예상되는 상장사의 경우 의결권자문사의 권고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의결권자문사는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에 수수료를 받고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찬성, 반대를 권고하는 컨설팅 회사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과 외국계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의결권자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상장사 가운데 의결권자문사의 보고서가 작성되는 곳은 약 600곳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들 의결권자문사의 권고안이 얼마나 공정성과 품질을 담보하고 있는지다. 자문사들은 각기 다른 내규로 상장사와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해상충 문제를 명확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상장사로부터 찬성 의견을 권고해달라는 '딜'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의결권자문사의 지배구조상 공정한 의안 분석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거래소 등 유관기관의 공동 출자로 설립됐으며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대신증권이 출자해 만들어졌다.

앞서 의결권자문사들의 한진칼 의안분석 보고서를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주주연합'이 공방에 나서기도 했다. 자문사간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자 양측은 자신들의 입장과 상반된 분석을 내놓은 의결권자문사에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포함된 3자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찬성한 의결권자문사들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에 "명확히 3자 주주연합 쪽으로 기울어진 일방적 결정을 내리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의결권자문사, 기업 '쥐락펴락'…공정성 '갑론을박'
(출처=뉴시스/NEWSIS)
의결권자문사의 적은 인력과 업계의 낮은 수수료 단가로 인한 보고서의 품질 문제도 문제로 여겨진다. 국민연금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오는 11월까지 약 1억원 규모의 정기주총 의안분석 자문 계약을 맺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약 600여곳의 분석을 맡아야 할 예정이다. 산술적으로 건당 1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운용사들도 비슷한 수준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보고서를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자문사의 의안 분석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전체 40여명 인력 가운데 1차 의안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인원은 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서스틴베스트도 비슷한 규모로 알려졌으며 대신지배구조연구소도 전산, 백업 등 인력을 모두 포함해 27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주총 시즌을 맞아 바쁘게 리포트를 내게 돼 '졸속 작성'을 하게 될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증권사 리포트에 따라 투자를 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 있는 것과 같이 의결권자문사의 리포트는 권고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있다. 의결권 행사의 최종적인 책임은 기관에 있어 품질이나 공정성 문제를 의결권자문사에만 떠안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의결권자문사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현대차와 엘리엇 등으로 의결권 자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지만 업력이 그리 길지 않아 이제 태동기"라며 "기관투자자들이 점차 리포트를 분석하는 눈이 높아지게 되면 싼 단가만으로 업력을 유지하는 곳들이 점차 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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