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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잘못 끼운 선거법이 부른 요지경 선거판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그러나 4·15 선거판은 난장판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자매정당 격인 미래한국당이 짠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백지화하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말을 바꿔 더불어시민당이란 비례당을 출범시켰지만, 당 안팎에서 역풍을 만났다.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기형적 선거법을 만들 때부터 예견된 사태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두고 여야가 요지경을 연출하고 있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 '독자 공천'으로 궤도를 이탈하자 뒷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원유철 의원을 새 대표로 뽑고 공천관리위원도 모당인 통합당의 친황(황교안) 인사로 교체하기로 하면서다. 민주당도 선거법 통과 때 '우군'이었던 정의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불어시민당을 급조했다. 하지만 먼저 친여 비례당을 표방한 '정치개혁연합' '열린민주당' 등과 교통정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당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어느 비례대표 의원은 "더불어시민당으로 가겠다"며 21일 '셀프 제명'을 요구했다. 여야 간 정당투표 앞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꼼수' 경쟁이 본격화한 셈이다.

여야 모두 비례의원 몇 석을 더 건지려고 더는 여론의 눈치조차 살피지 않으려는 낌새다. 여당은 지난해 정의당 등 친여 군소정당들을 들러리 세워 '4+1' 선거법 협상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사표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꼴이다. 각당 지도부의 비례공천 월권·사천 논란과 함께 유권자들의 정당투표 선택권만 왜곡되면서다.

국민은 이러려고 여야가 지난해 내내 패스트트랙에서 대치했는지 묻고 싶을 게다. 순수한 선거제도 개혁이 아닌 정치적 의도가 개재됐다고 보면서다.
여당 지도부도 비공식 실토했듯이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려고 연동형 비례제를 군소정당들에 미끼로 던졌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이로 인해 어그러진 선거판은 총선이 임박한 만큼 일단 유권자들의 현명한 심판에 맡길 수밖에 없다. 총선 후 21대 국회는 엉터리 선거법부터 맨 먼저 손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