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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위협에도 '교민의 특별기' 대한항공…직원들 "국적기 되찾았다"

경영권 위협에도 '교민의 특별기' 대한항공…직원들 "국적기 되찾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1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대한항공이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도 항공사만 할 수 있는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재능 기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발이 묶인 교민 수송에 여객기를 투입하거나 노선 운영을 지속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연루된 한진가(家) 갑질 논란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는 여객편을 이달 27일부터 4월 30일까지 주 3회(화‧목‧일) 일정으로 운영한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은 중동과 유럽 환승수요가 많은 국제공항이다. 대한항공은 동계 스케줄에 따라 이달 28일까지 매일 한 번씩 파리 노선을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유럽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자 하계 비행 일정을 수립하는데 고민을 거듭해왔다. 일각에서는 동계 스케줄이 끝나면 노선 운휴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까지 파리 노선 운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국제적 고립에 빠질 수 있는 우리 교민들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중국 우한 교민 수송에 투입된 전세기에 직접 탑승해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조 회장은 "항공기 내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며 "바쁘게 준비 중인 승무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실제로 자원한 직원들의 노력 덕에 우한행 전세기 투입이 결정됐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조원태 회장이 함께 탑승해 어려운 길을 동행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당시 대한항공 사내 인트라넷(소통광장)에는 "덮어 놓고 깠었는데 조금 멋있었다", "국적기를 되찾았다",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직원 모두의 입장이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익명이 보장된 장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라는 것은 그만큼 한진그룹 변화를 내부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후에도 대한항공은 우한 등에 마스크를 지원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국 샤먼항공도 대한항공 조종사들에게 마스크 1만장을 기부하며 코로나 사태에서 적극적인 공헌활동에 나선 동종업계 기업을 지원했다.

또 김포국제공항 근무자들이 구내식당 품질 개선을 요구하자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즉각 바뀌는 등 사내 복지도 끌어올렸다.

경제계 관계자는 "리더십 측면에서 본다면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이 연루된 밀수혐의로 자존감 하락에 시달렸던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원태 회장에게는 어느 정도 믿음을 보내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코로나 여파로 백척간두에 내몰린 항공기업이 생존을 모색하려면 강력한 책임경영이 필요한데 한진칼 주총을 앞둔 주주들 표심에 이같은 분위기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