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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줄도산 공포… 한은도 회사채 매입 나서길

24일 2차 靑 비상경제회의
전례 없는 대책으로 맞서야

기업인들의 입이 바싹 타들어간다. 돈줄이 끊길까 봐서다. 당장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부담이다. 빚을 갚으면 좋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여력이 없다. 회사채를 새로 찍는 방법도 있으나 이 또한 어렵다. 시장에서 회사채를 사겠다는 사람이 씨가 말라서다. 이도저도 안 되면 결국 부도다. 기업들은 '인공호흡기'라도 달아달라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위기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중이고, 미국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 바람에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들의 해외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했다.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아예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기업이 느끼는 공포지수는 외환·금융위기 이래 최고조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을 논의한다. 윤곽은 나왔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증시안정기금과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각각 10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외환·금융위기 때 그런대로 효과를 본 대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미증유의 비상경제 시국으로 규정하면서 전례 없는 대책을 주문했다. 올바른 판단이다. 증시안정기금과 채안펀드는 전례가 있는 대책이다. 2차 회의에선 전례 없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한국은행이 기업의 회사채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미 국채는 물론 민간회사의 기업어음(CP)도 사기로 했다. 금융위기 때도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CP를 사들인 적이 있다. 그런데 버냉키는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연준이 CP는 물론 회사채 매입에도 나설 것을 조언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단 뜻이다. 회사채는 기업이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고, CP는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다.

국내에서도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의원은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금융안정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기본적으로 민간과 거래를 제한받는다(79조). 하지만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영리기업에 여신할 수 있다"(80조)는 예외규정도 있다.
한은이 회사채를 매입하면 시장에 신뢰가 생긴다. 중앙은행은 위기가 닥치면 라스트 리조트(최후의 인수자) 역할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