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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측 손 들어준 법원, '성큼' 다가선 조원태 경영권 사수

반도건설 한진칼 주총 의결권 8.2%->5%
양측 지분차 적어도 6.8%p...한진칼 주가급락에 "경영권 이슈 소멸" 


한진측 손 들어준 법원, '성큼' 다가선 조원태 경영권 사수

[파이낸셜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현 경영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진칼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경영권을 지켜기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법원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 등 3자연합 측이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소송에서 조원태 회장측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4일 가처분 소송 공판을 열고 3자연합이 지난 12일 제기한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대한항공 사우회 등 지분 3.7%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또 이달 초 반도건설이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3자연합측 지분 3.2% 의결권 제한
법원의 이번 결정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소유 목적을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로 밝히고 추가 매입한 지분 3.2%에 대해서는 공시 위반으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한진그룹 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유목적을 숨긴 반도건설의 5% 초과분인 3.2%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반면 3자연합 측은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시 위반의 경우 5%를 초과하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어 반도건설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5%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당초 1.72%포인트에 불과했던 조 회장 측과 3자연합 측간 지분율 격차가 4.9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대한항공 자가보험(2.47%)와 사우회(1.23%) 등에 대한 가처분 소송 결과도 조 회장 측이 승리하면서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선 지분율 경쟁 사실상 종료 해석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지난 13~20일 사내 인트라넷인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고 주총에서 다뤄질 안건별 찬반 의견을 받았다. 사우회 역시 16~23일 오후 3시까지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결과는 다수결에 의해 지분 전체가 찬성과 반대로 움직이진 않는다. 예컨대 자가보험의 안건별 투표결과, A안건에 대해 찬성표가 50%라면 지분 1.235%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찬성, 나머지 지분이 반대하는 식이다. 다만 그룹 내부에선 조 회장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가보험과 사우회 지분 3.70% 중 절반만 조 회장 측을 지지한다고 가정해도 3자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는 6.77%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대한항공 사우회가 전폭적으로 지지할 경우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8% 이상이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날보다 26.93%나 폭락한 채 마감됐다. 한진칼 주가는 최근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경영권 분쟁 이슈로 급등세를 연출해왔다. 지난 20일 상한가를 쳤고, 23일에도 9.38%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KCGI 등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제기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던 한진칼 주가가 고꾸라진 것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소멸됐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 주주들에게 "국가 기간산업이 투기 세력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룹은 "현재 대한민국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이런 심각한 위기 속에서 항공산업에 대해 '무지'한 '비 전문경영인'들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 6개월도 견디지 못해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