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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경영권 분쟁 결론 임박

27일 한진칼 주총…조원태 회장측 승산 높아 주총 이후 상황 관심…결국 장기전 국면 예상

한진家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경영권 분쟁 결론 임박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의 명운이 달린 '결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 이사 후보 추천 안건이 오른다. 해당 안건에 대한 찬반 표결에 따라 조원태 회장과 '3자 주주연합' 간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판가름 난다.

앞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18년 11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후부터 경영권에 대한 견제를 받아왔다.

한진그룹 지배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목소리를 낸 KCGI는 오너 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이는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조 전 회장이 주총이 끝난 다음 달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한진그룹 안팎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조원태 회장이 보름여 만에 선친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고, 세대교체와 맞물려 한진그룹도 분위기 쇄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진家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경영권 분쟁 결론 임박
[서울=뉴시스]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어 조 회장이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족과 지분 상속과 관련해 협의 중이라고나, 가족 간 화합하라는 선친의 유훈 등을 언급하자 오너가 내에서 경영에 대한 잠정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깨고 '가족 간 화합'에 잡음이 불거지면서 한진그룹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난해 연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돌연 '조원태 회장 체제'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동생 조원태 회장이 공동경영 협의에 무성의하다고 비난한데 이어, 올해 1월에는 KCGI, 반도건설과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전횡을 비난해온 KCGI와 비난의 대상이었던 조 전 부사장, 그리고 조 전 회장과의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반도건설이 손잡은 것은 예상외로 여겨졌다. 이들 '3자 주주연합'은 조 회장 중심의 현 경영진은 경영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한진그룹과 3자 주주연합 간 상호 비난, 의혹 제기와 반박이 거듭되는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제기,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등 파상공세를 폈고, 한진그룹도 이에 맞서 주주연합 측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고 반도건설 허위공시 의혹을 제기했다.

한진家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경영권 분쟁 결론 임박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의 모습. 2019.12.30. radiohead@newsis.com


다만, 주총 직전에 반도건설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아 양측의 신경전도 시들해진 모양새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 2건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은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지분 5%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고, 조 회장 진영과의 지분율 격차가 벌어졌다.

현재 조 회장 진영이 확보한 의결권이 있는 우호 지분은 37.15%, 주주연합 측의 지분율은 28.78%로 추산된다. 지분율 격차가 순식간에 8.37% 수준으로 벌어졌다.

결국 조 회장 측의 싱거운 승리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주총 이후 펼쳐질 상황에 더 관심이 쏠린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단 양측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포함하면 조 회장 측은 41.4%, 주주연합 측은 42.13% 수준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3자 주주연합의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은 5년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당분간 3자 간 동맹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반의 우호 지분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중장기적인 분쟁 국면에서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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