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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금은 한진 조원태 체제를 바꿀 때 아니다

항공산업 코로나와 전쟁중
갑자기 장수 바꾸면 더 혼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최대 관심사는 조원태 회장(44)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다. 주주들의 선택에 재계 서열 13위 그룹의 경영권이 걸렸다. 일단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24일 법원은 조 회장 반대파, 곧 주주연합 측이 제기한 소송 2건에서 모두 조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조 회장에 우호적인 지분은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적대적인 지분은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그 결과 두 진영 간 지분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6)이 주축이 된 3자 주주연합은 지난 1월 31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최악의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이날은 조 회장이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교민들과 함께 귀국한 날이다.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한국을 거쳐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온 지구촌이 문을 닫아거는 바람에 항공산업은 말 그대로 그로기 상태다.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아예 운항을 중단했고, 어떤 항공사는 직원 절반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반납했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각국이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과장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한국은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쳐 위기 탈출에 여념이 없다. 기업도 다를 바 없다. 평소 내부 갈등이 있는 기업이라도 지금은 오히려 힘을 하나로 모을 때다. 갑자기 장수를 바꾸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주주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주장한다. 그래야 한진그룹이 잘 굴러갈 걸로 본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삼성 같은 대기업은 오너 경영 아래서도 잘 굴러간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사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과 함께 2·3세들의 결단과 책임감이 큰 몫을 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다툼은 조현아·조원태 남매 갈등이 뿌리다. 조원태 회장에게 당부한다. 조 전 부사장을 대승적으로 포용하기 바란다. 이번 주총이 끝이 아니다. 3자 주주연합은 계속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 또한 경영자의 능력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도 당부한다. 엉뚱하게 사모펀드와 손잡고 현 경영진을 공격하는 건 이번이 끝이길 바란다. 한진그룹 직원들이 왜 이구동성으로 조 회장 체제를 지지하는지 깊이 생각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