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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민의 노후자금 지키기

[특별기고] 국민의 노후자금 지키기
자본시장의 주된 목적은 지배주주가 기업활동 하는 데 일반주주 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에 투자자 보호를 제일 목표로 둬야 한다. 그러나 당국는 지배주주·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시 지배주주가 일방적으로 일반주주의 돈을 빼앗아 가도록 보장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배주주에게 돈을 빼앗기는 당사자 중에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포함돼 있으나, 많은 국민은 직접적 피해자(투자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약 700조원 중 120조원가량을 한국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그 규모가 대략 2.5배 증가할 것이므로 대다수 국민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소수의 지배주주가 국민의 노후자금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법과 규정을 바로잡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인지할수록 더 쉽게 국민연금을 지키도록 법과 규정을 개정할 수 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해상충 시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돈을 빼앗아 가는 방법과 사례를 몇가지 살펴보면 첫째는 합병의 방법이다. 2006년 동양그룹의 한일합섬 합병 시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동양메이저의 주가를 최대한 높이고, 지분율이 낮은 한일합섬은 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합병해 한일합섬의 수많은 일반주주 재산을 편취했다.

둘째, 분할의 방법이다. 회사를 지주회사와 영업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의결권 부활과 이해상충 자본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크게 높여 일반주주의 부를 편취한다. 이미 다수의 상장사가 악용했으며, 이는 한국 기업거버넌스가 수십년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셋째, 자진상장폐지를 통한 소수주주 축출이다. 이는 기업가치의 10~20%의 헐값으로 일반 소수주주를 축출하고 지배주주가 이들의 부를 편취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CB·BW 저가발행, M&A 시 피인수기업 지배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 거래, 자산(사업부, 공장 등)과 지분 매매거래(지배주주 자산은 고가로, 일반주주가 있는 또는 지배주주 지분율이 낮은 회사 지분은 저가로 거래하는 방법) 등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부를 편취하는 방법으로 여러가지가 동원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어떻게 일반주주를 보호하는가. 핵심은 이사회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부여해 일반주주를 보호한다. 즉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시 경영판단의 법칙(business judgement rule)이 아닌 '완벽한 공정성의 기준(entire fairness standard)'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가격(fair price)과 공정절차(fair dealing)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입증절차는 전적으로 기업에 책임이 있다. 또한 이를 보강하기 위해 지배주주와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도입, 여기에서 외부독립가치평가 등을 거쳐 거래가격을 결정하고 이에 대해 일반주주의 과반찬성(majority of minorities)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를 두고 있다.


이제 한국도 미국처럼 '이사의 충성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해야 한다. 사과 하나를 공정하게 나눠 먹으려면 한 사람이 먼저 자르고, 다른 사람이 먼저 고르도록 해야 하는 것처럼 절차적 공정성이 도입돼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첫째도 공정, 둘째도 공정이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