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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주총' 압승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로

'3월주총' 압승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로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1 DB) © 뉴스1


'3월주총' 압승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로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제7기 정기 주주총회 모습. (한진그룹 제공) © 뉴스1


'3월주총' 압승 조원태 회장…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로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분쟁의 불꽃은 여전히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측이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2라운드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후 KCGI와 반도건설은 꾸준하게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 조 회장 진영과의 지분율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형국이다. 또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분 추가 매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구도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한진그룹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극복도 당면한 과제다.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가결했다. 해당 안건은 참석 주주 중 찬성 56.67%, 반대 43.27%로 가결됐다.

조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이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 선임안은 모두 통과됐다. 반면 3자 연합이 제안한 후보 7명은 단 한명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주총 전날 '캐스팅보트'로 꼽힌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 찬성에 이어 3자 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선임에 찬성 의견을 보이면서 3자 연합이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의 선임안은 찬성 47.88%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3자 연합 측이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향후 분쟁 과정에서 명분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주총 결과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현 경영진 체제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보다 효율적이라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승리했지만,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주총은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음에도 3자 연합이 올해 들어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42.13%까지(KCGI 18.74%, 반도건설 16.9%, 조 전 부사장 6.49%) 늘렸다. 42.39%의 조 회장 측 지분과 큰 차이가 없다. 임시 주총 소집 등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 3자 연합이 5년간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서 장기전에 돌입하더라도 지분율 분산 등의 우려도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조 회장 측도 장기적인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면 지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을 수립하는 게 쉽지 않다.

숙제도 남았다. 항공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를 조 회장이 어떻게 극복할지다.
사태 이전 대비 항공기 운항이 90% 축소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항공의 모든 임원이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하늘길 정상화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경제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3자 연합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책 등 장기적인 경영 안정 방안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