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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 주식 급처분 실탄마련..임시주총 반격?

조원태 회장, 정기주총서 경영권 방어…사내이사 연임안 가결 KCGI, 50% 손실 내고 '애물단지' 한진 주식 처분…151억 확보 시장, 임시주총 가능성으로 해석..한진칼 주가 급등

KCGI, 한진 주식 급처분 실탄마련..임시주총 반격?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측이 한진 보유 지분 매각으로 151억원을 확보했다.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승리로 끝났지만 임시 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151억원이 한진칼 지분을 크게 높이기 어려운 '소액'이지만 지분 경쟁에 따른 임시주총이 임박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남았다는 기대감에 한진칼 주가가 이날 상한가까지 뛰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엔케이앤코홀딩스는 지난 25일 한진 보유 지분을 종전 10.17%에서 5.16%로 5.01%포인트(6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엔케이앤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는 각각 지난 25일 한진 보통주 2만455주, 46만916주, 11만8629주를 매각했다. 처분 단가는 2만5290원으로 KCGI 측은 한진 주식 60만주 시간외 매각을 통해 151억7400만원을 쥐게 됐다. 이들 투자목적회사는 각각 KCGI가 굴리고 있는 펀드다.

◇KCGI 자금 사용처는 어디

이 자금의 쓰임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LP(출자자)들에게 당장 한진칼 지분 경쟁이 급하다는 설득을 통해 한진칼 주식 매입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이번 블록딜 매각으로 50%가량 손실을 냈다. 한진 주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로 지난해 2월 투자 당시보다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KCGI가 사들인 한진의 평균단가는 대략 5만1000원으로 추산된다. KCGI 측은 펀드를 통해 한진 지분을 10.17% 매입했다. 당시 KCGI는 여러 펀드를 통해 4만4000원~5만3000원 수준으로 한진 주식을 매집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가 50% 손실을 내고도 처분을 한 것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한진칼 지분 경쟁이 임박해 임시 주총에 승부수를 걸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이 기존 18.51%에서 18.57%로 0.06%포인트(3만5000주) 늘어났다고 이날 별도 공시했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다른 가능성도 있겠지만 급하게 자금을 쓸 곳이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국민연금도 자기 편이 아닌 상황에서 한진칼 주식 매입을 위해 팔았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KCGI, 한진 주식 급처분 실탄마련..임시주총 반격?
[서울=뉴시스]한진칼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진그룹 제공) 2020.03.27. photo@newsis.com
◇한진칼, 조원태 재선임 통과…임시주총 가능성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경영권 분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한진칼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56.67%, 반대 43.27%로 통과됐다.

이달 들어 급격하게 빠졌던 한진칼 주가도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한진칼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만3150원(29.85%) 오른 5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예상대로 정기 주총이 종결됐지만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자연합의 지분 확보 속도를 볼 때 정기 주주총회 결과 이후 주총 재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의결권 확보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한 한진칼의 주가 변동성은 높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추후 지분 경쟁을 통해 경영권에 대한 최종 판가름이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맺은 주식 공동보유 계약기간이 5년이며 조 회장 측도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움직임이 지속됐다. 올해 양측이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추후 임시 주총이나 내년 정기 주총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 측과 3자연합 측은 올해 들어서도 지분 매입을 늘리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1.4%로 추산되며 3자연합 측은 40.12%을 확보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임시주총을 열게 되면 어느 시점에 주주명부 폐쇄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주식을 사야할 수 있다"며 "자금이 부족해 주식을 더 사지 못하게 되면 그대로 끝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 지분을 털어낸 이유로 단순히 LP와의 계약에서 로스컷(손절매) 하한선에 도달한 것이거나 LP들이 자금 회수를 원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주식담보대출 건에 대해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A펀드 자금을 빼서 B펀드 주식담보대출을 갚을 수 없다"면서 "그러려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주담대 해소는 설득력이 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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