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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검사 잇딴 출사표에 율사 전성시대 예고

[파이낸셜뉴스] 4.15 총선을 앞두고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 출마자 러시가 이어지면서 율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국 총선의 최대 자존심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율사 출신 후보들이 주요 후보들과 경쟁을 벌이며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2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총선이 율사들의 전쟁터로 바뀐 건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 사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이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재평가 문제가 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때문이다.

또 총선 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여야의 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것도 불씨를 키운 요인이다.

서울은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을이 이수진 전 판사의 도전으로 나 의원과 여성 판사 출신으로 본선에서도 불꽃튀는 대결을 예고 중이다. 이수진 전 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폭로한 주인공이다.

조국 전 장관 재임 당시 법무·검찰개혁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이탄희(경기 용인정) 전 판사, 김용민(경기 남양주병) 변호사가 여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비례용 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김웅 전 검사가 통합당 송파갑 후보로 공천을 받아 여권의 사법개혁안 개악을 바꾸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장동혁도 대전 유성갑에, 임호영 전 부장판사도 경기 안양동안갑에서 본선행 티켓을 쥐게 됐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 율사 출신 후보들의 출마 러시를 두고 일각에선 총선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치권은 조국 사태·패스트트랙(우선 처리 법안 지정) 과정에서 입법부 무용론이 커지면서 총선을 앞두고는 세대교체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올해 초 각 당에선 2∼30대의 젊고 유능한 후보들을 발굴 투입하는 국회 개혁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총선 공천 결과에선 양당 모두 율사 출신들이 대거 후보로 포진하고 21대 국회 입성 뒤 공수처 등의 이슈를 놓고 재격돌을 벼르고 있는 양상이다. 새 국회도 사법개혁 문제로 여야의 2라운드 충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각 당 총선 공천에 앞서 예비후보 직업군 집계에 따르면 율사 출신은 검사 출신 59명, 판사 출신 17명, 변호사 101명으로 모두 177명이 도전장을 냈다.

역대 총선에선 현역과 신인을 포함해 율사 출신들의 여의도 입성이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6분의 1을 차지했다.

20대 총선에선 49명이, 19대 총선에선 42명, 18대 총선에선 59명의 율사 출신이 각각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각 당이 이번에도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골고루 배분하는 대신 율사 등 특정 집단 위주로 총선 공천을 마무리하면서 국민의 대표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