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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사상 첫 비대면 총선, '묻지마' 투표는 안 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등록이 27일 마감되면서 4·15 총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공식 선거운동 개시는 다음달 2일이지만 후보자로 등록하면 예비후보자로 간주돼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재외국민 투표는 1~4일, 선상투표는 7∼10일 각각 이뤄진다. 사전투표는 10∼11일이므로 이날 후보등록과 함께 사실상 총선국면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선거운동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선거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이다. 각종 매체를 통한 격전지역 르포, 후보자들의 정책대결, 판세 분석, 여론조사 기사로 후끈했던 예년과는 비교가 불가한 상황이다.

후보들도 전화나 SNS를 이용한 비대면 선거운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대면접촉을 꺼리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총선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후보의 얼굴은 물론 공약과 식견도 모른 채 '묻지마 투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후보자를 모르면 투표장까지 잘 안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감염과 생계유지에 가 있기 때문에 선거 이슈는 블랙홀에 빠지기 마련이다.

감염병 영향을 받는 최초의 선거이기에 투표율 전망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난 18대 총선 투표율 46.1%에 근접한 역대 최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점친다. 선거 이슈에 흥미를 잃은 중도성향 유권자의 기권이 늘어나면서 지역 및 진영 중심의 표대결이 우려된다. 전 세계 17개국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가 중지되면서 이들 지역의 재외국민 투표가 불가능해진 점과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 18세 유권자들의 표심이 선거판세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미증유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전 세계가 한국을 배우고 본받자며 칭송 중이다.
개방성과 투명성, 민주성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위기극복담이 전 세계에 울려퍼지고 있다. 좋은 세상을 바란다면 좋은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현명한 선택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