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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의장"vs"조용히 좀 계세요"…9시간 걸린 한진칼 주총(종합)

"의장, 의장"vs"조용히 좀 계세요"…9시간 걸린 한진칼 주총(종합)
27일 오전 한진 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진빌딩. 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릴 예정이다. 2020.3.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의장, 의장"vs"조용히 좀 계세요"…9시간 걸린 한진칼 주총(종합)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본관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힘 싸움을 이어가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간 1차전 승부가 갈릴 예정이다. (한진그룹 제공) 2020.3.27/뉴스1


"의장, 의장"vs"조용히 좀 계세요"…9시간 걸린 한진칼 주총(종합)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한진그룹의 '운명'이 걸린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이 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임을 암시하듯 주총은 장장 9시간이 걸렸다.

이날 서울 중구 한진빌딩 26층에서 열린 주총는 주주 약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 어느때보다 날선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조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측은 의사 정족수 집계 방식부터 투표 및 검표 절차부터 시작해 사사건건 충돌했다.

다만 의견을 표출하는 이유와 방식에선 차이가 있었다. 지분에서 앞서는 조 회장측 주주들은 최대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진행을 요구했다. 반면 3자 연합 측 주주들은 표결 및 집계에 대한 절차적 문제와 조 회장의 결격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 때문에 한 쪽에서 "의장, 의장"하며 반복해서 부르며 발언권을 요구하면 다른 한 쪽에선 "조용히 좀 계세요", "진행요원, 저 사람 내보내세요"라고 받아치는 장면이 반복됐다. 발언권을 얻어 표결 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주주와 이를 제지하려는 주주들 간 신경전이 고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날 주총은 개의부터 쉽지 않았다. 사전에 제출된 주주 위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복 제출이 다수 발견돼서다. 결국 주총은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보다 3시간가량 늦은 낮 12시5분에서야 시작됐다.

검사인 주관 하에 실제 위임 의사를 확인하는 등 확인절차가 지연되자 일부 주주들은 불만을 표출해 주총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주총이 시작되자 신경전이 더욱 거세졌다. 양측 주주들은 가장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건'부터 부딪혔다.

이날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주총에 참석해 감사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보고 직후 발언권을 얻은 후 대한항공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을 언급했다.

채 의원은 "대한항공 임원이 연루된 항공기 구매과정에서의 180억원 리베이트 의혹은 한진칼 자산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만약 리베이트에 가담한 고위 임직원이 한진칼에서도 근무하고 있다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석 사장은 "20년 전 구입한 항공기 관련이고, 리베이트는 10년 전 일로 안다"며 "검찰에서 조사 중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진상 파악과 책임 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양측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포함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건별로 표결할지, 일괄 표결할지를 두고 지난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조 회장 측 추천 후보들과 3자연합 측 추천 후보들을 나눠 일괄 표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CGI측에선 검표 요원 2명을 직접 지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 회장측이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투표되는 과정에서 진행요원들이 투표 용지를 걷자 "투표함도 없느냐"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사외·사내이사 표결은 오후 4시 가까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표결은 조 회장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사외이사 후보 5인의 선임이 모두 가결돼 조 회장 측이 압승을 거뒀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참석 주주 찬성 56.67%, 반대 43.27%로 가결됐다.

반면 3자연합 측이 추천한 김신배·배경태 사내이사 후보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김신배 후보는 찬성 47.88%, 반대 51.91%로, 배경태 후보는 찬성 43.26%, 반대 56.52%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현아 연합이 제안한 사내‧사외 후보가 이사진 합류에 실패하면서 반(反) 조원태 연합 뒷심은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정된 28개 안건은 오후 5시5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쉬는 시간도 없이 9시간이 흘렀음에도 양측 주주들은 대부분 식사도 거르면서 자리를 지켰다.

한편 이날 한진빌딩 앞엔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한진칼 주총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경영은 전문가에게! 총수 일가는 일선에서 물러나라'라고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