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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대신 돈 되는 월세로"…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

집값 불확실성 가중…매매·청약 대기 수요 전세시장에 몰려 보유세 부담·금리 인하…집주인, 전세보다 월세·반전세 선호

"전세 대신 돈 되는 월세로"…서울 아파트 전셋값 '꿈틀'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전세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규제 대책과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의 전통적인 '교육 1번지'로 꼽히는 강남구를 포함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한 반면,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세가격은 0.04% 상승했다. 서울지역은 봄 이사철과 학군 및 정비사업 이주 수요, 직주근접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6주 연속 비슷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4구 가운데 집값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재건축 단지나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전주 대비 각각 0.10%, 0.07% 상승했다. 또 가격대가 낮은 외곽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보인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0.06%, 강동구 0.03% 올랐다. 인근지역 정비사업 및 직주근접 수요가 높은 동작구는 0.08%, 마곡지구 인근 가양·방화동의 중저가 아파트 단지 위주로 상승한 강서구는 0.06% 상승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대다수 지역 안정세 이어갔지만, 봄 이사철 도래, 정비사업 이주수요 등으로 학군 우수한 지역과 역세권 인기 대단지, 상대적으로 가격대 낮은 단지 위주로 매물부족 현상을 보이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한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집을 사는 대신 당분간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증가하는 등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집값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매매 대기수요가 전세시장으로 대거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와 청약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가 이주에 따른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 청담삼익아파트 888가구와 신반포4지구 3000가구가 조만간 이주에 나서면서 강남구 청담동, 서초구 반포동, 송파구 잠실동 등 주변 지역 전셋값이 오름세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청담삼익아파트 바로 옆 단지인 청담자이 전용면적(82.95㎡) 전세 물건은 13억~14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올해 1월 같은 평형 전세매물이 12억60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1~2개월 사이에 최대 2억원 가량 상승했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자신이 보유한 집에 거주하면서 가뜩이나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들다"며 "은행 이자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고, 보유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월세를 받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물건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서울에서 1주택자가 9억원 넘는 아파트를 10년 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의 최대 8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2년간 실거주를 해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거주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공시가격 인상과 기준금리 인하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 인상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나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준전세) 전환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울 전세시장에서 반전세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계약일 기준)는 총 8769건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만709건보다 약 1940건(22%)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같은 기간 반전세(준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늘었다. 1월 전체 11%(1248건)에서 2월 13%(1146건)로 약 2%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 건수는 세입자의 전입신고 등 전월세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지난달 계약을 체결하고, 아직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계약 건이 등록되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의 월세·반전세 선호 현상이 더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으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잇단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전세 공급이 더 줄어든 반면,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집값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택 구입 대기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서울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은행 금리 자체가 낮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 물건을 예금보다 수익성이 높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전세 매물이 워낙 적은 상황이라 반전세라도 입주하려는 세입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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