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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항공산업 지원, 더이상 뜸들일 여유 없다

1위 대한항공도 순환휴직
특혜 아닌 일자리 지키기

국내 1위 대한항공이 8일 국내 직원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중순부터 순환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매출은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인건비, 항공기 리스료는 꼬박꼬박 나갔다. 몇 달 버티던 대한항공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휴직수당은 정부의 고용지원금으로 준다.

대한항공이 이 정도면 다른 항공사는 볼 것도 없다. 적자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무산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머릿속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11년 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그땐 2008년 가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인수를 가로막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코로나 위기라는 돌발 악재에 직면했다.

항공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국적기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3년 전 파산한 한진해운이 반면교사다. 그때도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내팽개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 원칙을 앞세워 파산을 방치했다. 기간산업이 망하는 건 순간이지만 재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항공이 해운과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업을 살리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기업에서 대기업은 빠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8일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수출 활력, 내수 보완, 스타트업·벤처 지원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여기서도 대기업은 빠졌다. 이러니 시장에선 반재벌 성향을 가진 현 정부가 일부러 대기업 지원을 꺼린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스타트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자리를 고려하면 대기업 살리기가 먼저다. 문재인정부는 자칭 일자리정부가 아닌가. 20여년 전 외환위기가 교훈이다. 그때 대기업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한국 경제는 피를 말리는 실업의 고통을 겪었다. 거리에 노숙자가 쏟아진 것도 바로 그때다.

항공사에 특혜를 주라는 게 아니다. 다만 항공사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정부가 다리 역할 정도는 해주는 게 옳다.
환자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자구책부터 내놓으라고 팔을 비틀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지금 위기는 항공사 잘못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대일 관계 악화를 초래한 정부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책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