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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기소후 검찰조서, 증거능력 없다"…대법 판단 재확인

파이시티 관련 수억원 수수한 혐의 1심 무죄→2심, 증거능력 인정 유죄 대법 취지 따라 파기환송심도 무죄 정경심 재판서 증거능력 두고 언급

법원 "기소후 검찰조서, 증거능력 없다"…대법 판단 재확인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1심 무죄 판결 후 검찰이 항소심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을 일방적으로 소환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유죄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법원이 재판단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증인 출석이 예정된 공범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언급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모(68)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씨는 2007년 8월30일부터 다음해 5월9일까지 양재 화물터미널 복합개발 사업 시행사업을 추진하던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 '최시중 등을 통해 사업 인허가를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총 5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전 대표는 이씨가 아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알선행위자로 인식했음이 상당하고, 이씨는 단순한 전달자로 금원을 수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이씨의 무죄를 뒤집기 위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2년 11월15일 이 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제5회 검찰 조서를 작성해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했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결국 항소심은 "이씨가 단순히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할 금원'이 아니라 '알선의 대가'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씨의 1억5000만원의 수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항소한 후 항소심에서 증인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수사기관이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소환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며 유죄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조서는 공소 제기 후 이뤄진 것에 해당한다"면서 "법정 증언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송 전에도 증인신문 전에 수사기관이 이 전 대표를 조사한 점을 비춰보면 이 전 대표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충분히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1심 무죄 판결 후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진술조서를 증거능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이씨가 독자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1심에서 이 사건 범죄 증명이 없다고 본 것이 정당하다"고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 "기소후 검찰조서, 증거능력 없다"…대법 판단 재확인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10월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10.23. mangusta@newsis.com
앞서 이 사건 판결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 재판에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정 교수 재판에서 해당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검찰에게 증거 제출에 신중할 것을 경고했다.

검찰이 정 교수 기소 후에도 자금 횡령 혐의 관련 공범으로 보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 것을 두고, 만약 기소 후 조사한 조씨에 대한 진술조서를 정 교수 재판에 추가로 제출하면 엄격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항소심 증언 예정자에 대한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살핀 것이지, 기소 이후 참고인 진술조서 전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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